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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tvN '미생'이 20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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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올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수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미생'만큼 힘을 발휘한 작품은 없었다. 그 비결은 과감한 선택과 집중. 온갖 드라마에서 필수 코드로 잡았던 남녀간의 로맨스를 들어내고 새로운 코드인 '브로맨스(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 남자끼리 두텁고 친밀한 관계를 의미)'에 힘을 실었다. 정윤정 작가는 "사실 우리 드라마에서도 굉장히 전력적인 멜로를 했다. 브로맨스"라며 "브로맨스가 휴머니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지상파에서 '미생'을 하게 됐어도 남녀 멜로 부분은 뺐을 것 같다. '별순검' 때 알았는데 일을 열심히 하면 남녀가 멜로를 할 수가 없다. '별순검' 때도 플롯의 쟁점이 사건을 푸는 데로 가야지 멜로로 갈 수는 없었다. '미생'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남녀가 주변의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결국 해피엔딩을 맞았습니다'로 요약되는 진부하고 질질 끄는 멜로가 사라진 만큼, 메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방송이 거듭될 수록 자격증 한 장 없고, 가방끈도 짧았던 장그래(임시완)가 요르단에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추격전을 벌이며 산업 스파이의 자백을 받아내는 등 '슈퍼맨이 되어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상식 과장(이성민)의 접대 장면, 장그래의 왕따 사건 등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휴먼 스토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윤정 작가는 "24세 때 9개월 간 삼성 홍보팀에 사보를 제작해주는 편집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미생'에 다 녹아있다. 또 40대 남자 직장인에 대해 5가지 가슴 찡한 부분이 있었다. 술 마시고 취해서 택시 잡다 넘어지는 분, 큰 양복 안에 들어있는 초라한 몸, 지갑 안에 들어있는 복권, 그럼에도 식판으로 밥을 먹는 모습, 술 먹고 오바이트 하는 모습이다. 그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다. 그것들이 '미생'을 쓰는데 가장 기본적인 정서가 됐다"고 전했다.
적절한 각색도 한 몫했다. 작가들이 직접 상사 생활을 체험하면서 음료수가 놓인 위치부터 사무실 구조, 직장인의 대화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매일 작성한 취재 일지를 토대로 1년 2개월 여에 걸쳐 대본 집필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원작의 에피소드를 일부 남기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원작이 '직장 생활'에 무게 중심을 뒀다면 드라마 '미생'은 '휴머니즘' 혹은 '위로'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시청자의 가슴을 제대로 관통했다. 김원석PD는 "사실 원작은 느낌 위주로 돼있진 않다. 그런데 우리는 회사생활에서 뭔가 같이 하고 마음 따뜻하게 살 수 있을 듯한 그런 느낌을 중심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직장인의 외로움이나 불안감 같은 걸 더 드러내고 그걸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봐주는 순간에 더 집중하게 된다.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짠하면서도 웃게 만드는, 웃픈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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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배우'를 남겼다. 주인공 한 명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미생'은 각 에피소드마다 장그래 외에 서브 주인공을 내세웠다. 매번 다른 캐릭터에게 사연을 주고, 그를 집중조명하는 식으로 워킹맘, 기러기 아빠 등 비슷한 듯 다른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냈다. 그 결과 오상식 과장을 연기한 이성민은 '연기의 신'으로 찬양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고, 강동식 대리(김대명), 선차장(신은정) 등도 연기력을 재조명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생'은 20대 배우 고갈시대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다. 임시완을 필두로 20대 배우 꿈나무를 대거 키워낸 것. 먼저 임시완은 제국의아이들 멤버라 붙었던 '연기돌' 수식어를 말끔하게 떼어냈다. 직장생활 한 번 경험해 본 적 없지만, 담담한 어조와 조심스러운 몸짓 등으로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완벽 재현하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미생' 이후 임시완은 충무로와 스크린을 통틀어 섭외 1순위로 지목받고 있으며 광고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인기만큼 몸값이 뛴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백기 역의 강하늘 역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극이 진행될 수록 자신의 착각과 어리숙함을 깨닫고 성장해가는 모습에 수많은 시청자가 박수를 쳤다. '개벽이' 한석율 역의 변요한도 '핫가이'다. 얄미운 듯 했지만 알고보니 의리파였던 한석율을 능글맞게 소화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안영이 역의 강소라는 여배우가 돋보일 수 없는 러브라인 하나 없었음에도 러시아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커리어우먼의 면모를 보여준 것은 물론,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현 직장 여성의 고충까지 표현해내며 새롭게 스타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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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잘 만들어진 '원 소스 멀티 유즈' 컨텐츠임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원작 웹툰 다시보기 열풍도 이어졌다. 드라마 방송 기념으로 포털사이트에 연재했던 '특별편 5부작'은 연재 동시에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1년 동안 90만부 팔리던 단행본도 한달 만에 200만 부가 팔려나가며 올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상파 3사, CJ E&M 채널 드라마 오락 정보 음악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뉴스 구독 순위, 직접 검색 순위, 버즈 순위 등 3개 영역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파워지수(CPI)도 꾸준히 1위를 유지했다. 웹툰 캐릭터 상품의 인기도 높아졌다. 또 GS25에 따르면 '미생' 1회 방송 이후부터 한달 간 관련 캐릭터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8.9% 증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미생'의 성공에 힘입어 웹툰 관련 사업도 확장될 분위기다. 우선 다음카카오가 웹툰 사업 강화에 나선다. 이들은 해외 웹툰사업을 다양화 하고 자체적으로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2005년부터 웹툰사업을 시작한 네이버도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러브콜은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한국 컨텐츠 사업에 눈을 돌린 중국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거나 리메이크하는 대신 인기 웹툰을 사서 중국판 드라마 및 영화 제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PL 매출도 성황이다. 한석율이 피곤할 때 먹거나 위기의 동료들에게 수시로 권하는 KGC 인삼공사의 스틱형 홍삼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11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60%나 늘어났다. 문의 또한 평소보다 3~4배 정도 증가했다. CJ 헬스케어 '컨디션 헛개수'도 톡톡한 재미를 봤다. CJ헬스케어는 드라마 방영시기에 맞춰 '미생' 캐릭터 이미지가 들어간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컨디션 헛개수 10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9%, 11월에는 10% 넘는 상승율을 보였다. 이밖에 동서식품 커피 브랜드 맥심, 주인공들의 회식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이트 맥주 등 각종 PPL 상품들도 모조리 매출 상승 효과를 맛봤다. 이에 광고업계에서는 '미생' 관련 PPL을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미생'을 기획한 CJ E&M 이재문PD는 "아직 (드라마가) 방영 중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에 들은 얘기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은 우리와 직장 문화가 비슷해 반응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은 문화가 전혀 다른데도 반응이 뜨겁다고 하더라. 중국 CCTV는 수출 전인데도 이례적으로 14분 정도 소개 특집을 방영한 적도 있다. 동남아도 비슷한 반응"이라며 "미국에도 수출될 것 같다. VOD는 물론 리메이크도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미국 방송계에 정통한 분은 월스트리트로 배경을 바꾸면 통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문 PD는 "원작의 성공적인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위해서는 원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충실한 활용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업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관련 제품을 출시할 때도 원작 '미생'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원작자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문화콘텐츠의 창조적인 비즈니스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