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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화 시장이 높게 평가 받는 것은 관객들의 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크기의 시장에서 1700만 관객을 모으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지에 대해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같은 한국 영화의 힘은 블록버스터 대작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저변에는 힘든 상황에서도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영화인들의 힘도 깔려있다.
사실 '님아'는 기존 다양성 영화가 가지고 있는 흥행 악조건을 다 갖췄다. 순제작비는 1억 2000만원에 그쳤다.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인공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다. 게다가 진모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님아'는 이같은 악조건을 모두 뛰어넘어 감동 대작을 만들어냈다. 20대 풋풋한 사랑 못지 않게 황혼의 사랑도 소중하고 감동적이며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다양성 영화의 100만 관객은 블록버스터 1000만 관객만큼 의미있는 일이다. 사실 구조적으로 보면 '님아'가 이같은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님아'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한국관객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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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님아'의 흥행은 갑작스레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징조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2008년 '똥파리'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12만 관객을 모은 후 2009년 '워낭소리'는 뜻밖에 290만 관개을 모으며 한국 시장에서 다양성 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음을 봤다. 하지만 당시는 말그대로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의 성격이 강했다.
이어 2012년 '부러진 화살'이 340만 관객을 모았고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는 6만 관객을 모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영화 시장에서 다양성 영화가 갖는 의미도 커졌다. 그리고 2014년 다양성 영화는 전성기를 맞이한 듯한 분위기다. '아트버스터'라는 단어가 탄생할 정도니 말이다. '한공주' '잉투기' '족구왕' 등 다양한 다양성 영화가 호평을 받았다. '한공주'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여우주연상(천우희) 신인감독상 갱상(이수진) 편집상(최현숙) 등 4개부문에 후보를 냈고 '족구왕'도 신인감독상(우문기)과 신인남우상(안재홍)에 노미네이트됐다. '잉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류혜영도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결국 '님아'를 통해 흥행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본기, 그리고 진정성을 무기로 하는 다양성 영화의 성공은 대형 상업영화 일색인 한국 영화시장의 뿌리를 탄탄하게 하는 자양분임에 틀림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