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출가이자 제작자인 윤호진은 '창작뮤지컬의 대부'로 평가되는 사람이다. '명성황후'(1995), '영웅'(2010) 등을 통해 창작 뮤지컬의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이런 그가 '창작 뮤지컬의 글로벌화'를 기치로 새로운 도전을 선보여 뮤지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9일부터 11월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보이첵'이 그 무대다.
그는 "지난 2003년 '명성황후' 북미 공연에서 한국어 뮤지컬을 자막으로 보여주며 현지인을 공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해외 스태프와 협업해서 그들의 아이디어와 감성을 투여한 '영어 뮤지컬'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보이첵'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호진은 영국의 유서 깊은 그리니치 극장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창작진을 공모해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스'를 발탁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펍에서 노래를 부르는 무명밴드였지만 그들의 음악에는 '보이첵'의 강렬한 정서가 담겨져 있었다.
'해외스태프와의 협업을 통한 창작 뮤지컬의 세계화' 시도는 '보이첵'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신시컴퍼니가 독일 작곡가 에릭 울프슨과 손잡고 '댄싱 셰도우'를 공연한 바 있으며, 설앤컴퍼니도 2011년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함께 '천국의 눈물'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결과는 실패였다. 초연 이후 재공연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서와 낯설었다는 점, 그리고 음악이 신통치않았다는 점이 패착으로 지목됐다.
'보이첵'은 한국 관객을 타깃으로 한 한국어 공연에서 벗어나 아예 세계인을 향한 영어 공연으로 제작됐다. '신선하기는 하지만 원작이 너무 어둡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미리 공개된 주요 넘버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침내 베일을 벗는 뮤지컬 '보이첵'이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궁금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