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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 시사회를 마친 뒤 제일 먼저 유승목이란 배우를 검색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가 궁금했으니까. 뽀글머리에 질척한 입술, 주름 패인 미간이 생생한 경구 역을 맡은 배우. 영화 속 그의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김윤석 문성근 박유천 등 쟁쟁한 선배와 슈퍼스타 사이에서도 제 몫을 당당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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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심성보라는 거장 콤비의 대작 속에서 '유승목'이란 이름 석자를 새기고 싶었던 욕심은 없었을까.
69년생 유승목, 90년에 극단 가교 단원으로 활동해 온 연기 경력이 벌써 20년을 지났다. 진짜 배우는 홀로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작품을 빛내야 한다는 사실. 알고도 남을 때다.
"연극을 오래하다가,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에 첫 발을 디뎠어요. 그게 벌써 한 10년이 됐나보네요. (영화를 좀 늦게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내가 연기를 잘못했나봐요. 사실 그런 생각에 빠진 적도 있어요. 나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없을까. 본인의 캐릭터들이 있어서 쭉 연결지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없나 그런 고민도 사실 하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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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 들었던 생각인데요. 어떤 역할을 해도, 어떤 캐릭터를 해도 나만의 컬러로 가야하는 걸까에 대한 고민?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때 그 때의 역할에 맞게 해온 게 잘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게 잘 연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 감독이 '해무'가 끝나고 배우들에 대해서 한 마디씩 해줬어요. 나에 대해서는 '팔색조의 연기파 배우'라고 해줬는데, 그 말이 정말 가슴 벅찬 느낌이었어요. 너무 너무 좋더라고요."
올해 화제작 '한공주'에서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로, '해무'에서는 즉흥적이면서도 강렬한 뱃사람 경구로, 그리고 집에서는 16살 큰 딸과 12살 작은 딸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는 유승목.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제 각각 다른 색을 발산하는 '팔색조'와의 인터뷰 시간이 어느덧 짧은듯 길게 흘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