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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첫 방송부터 대박 터진 요인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7-31 08:32


사진제공=JTBC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청년 11명이 제대로 일을 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점령, 커뮤니티 게시판 '지분율' 급등, 공식 페이스북 팔로워 8만 명,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 이만하면 '대박'이라 할 만하다. 이제 막 네 번째 방송을 내보낸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대한 얘기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11명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꾸며지는 프로그램이다. 샘 오취리(가나), 기욤 패트리(캐나다), 에네스 카야(터키), 줄리안 퀸타르트(벨기에),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장위안(중국), 타일러 라쉬(미국), 로빈 데이아나(프랑스), 테라다 타쿠야(일본), 다니엘 스눅스(호주) 등이 출연한다.

사실 외국인의 예능 출연이 색다른 일은 아니다. KBS2 '미녀들의 수다'와 tvN '섬마을 쌤'처럼 외국인 패널로만 꾸며진 프로그램도 제작됐다. 샘 해밍턴, 로버트 할리, 사유리 같은 예능스타들도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상회담'은 기존의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서 경험하는 에피소드들은 방송에서 웃음의 소재로 많이 활용됐다. MBC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과 헨리가 대표적 사례다. 낯선 군대 문화를 경험하며 '멘붕'에 빠지는 그들의 모습을 거울 삼아 시청자들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재미를 즐겼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이 다루는 주제들은 만국공통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청년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문제', '결혼 전 동거 문제', '현실과 꿈 사이에서의 갈등' 등이 회의 석상에 올라온 안건들이다. 출연진은 목소리 높여 제각각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과정에서 11개국 나라마다 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편성 있는 주제에서 출발했지만 내용은 11인의 11가지 이야기로 다채롭게 채워진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엿보는 재미를 준다.

개성 있는 캐릭터의 조화도 '비정상회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방송 출연 경험이 있는 샘, 에네스, 기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선한 인물이다. 여기에 제작진의 센스가 더해지면서 캐릭터가 빠르게 잡혔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에겐 문장의 끝맺음이 '~요'가 아닌 '~욥'으로 들리는 특유의 억양과 이탈리아 국기 색을 반영한 자막을 붙여서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또한 성시경과 사자성어 대결을 펼치고 평소에도 맹자를 읽는 미국 출신 타일러에겐 '척척박사'란 별명이 붙었다. 거침 없는 돌직구 발언과 보수적 의견을 보이는 에네스는 '터키 유생'이라 불리고 있다. 연출자 임정아 PD는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갖고 여러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해서 토론까지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캐스팅했다"며 "방송 출연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얼굴이 아니라는 점이 신선함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람보다 더 유창한 발음과 문장을 구사할 뿐만 아니라 조사의 뉘앙스 차이까지 이해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심지어 샘은 유학 때문에 프로그램을 떠나는 제임스 후퍼(영국)를 위해 한국어 자작시를 써오기도 했다. 이렇게나 유창한 한국어로 토론까지 펼치니 MC 전현무가 신기해하며 혀를 내두를 만하다.

더구나 출연진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시사 토론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치열하다. 진짜 정상회담도 아닌데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토론은 기본적으로 말싸움이다.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 가장 재밌다고 하지 않나. 예능임에도 시사 프로그램의 토론 형식을 빌려온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임정아 PD는 "논쟁을 할 수 있는 토론 대형을 갖추기 위해 세트도 새롭게 고안했다"며 "서로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도 생기고 출연진 간에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격렬한 토론 끝에 출연진은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로 나아간다. 게시판을 살펴보면 에네스를 통해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됐다던가, 샘을 보면서 아프리카 문화에 궁금증을 갖게 됐다는 등의 시청평을 종종 볼 수 있다. 임정아 PD도 "토론을 통해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차이를 존중하게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감정 다툼으로 번지려는 순간, 회담장에는 '손에 손잡고'가 울려퍼진다. 출연진은 손을 잡고 '떼창'을 부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이것이 진짜 다문화 사회 아니겠는가. 그래서 '비정상회담'은 조금 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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