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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VS'해적'VS'해무' 공들인 바다촬영, 리얼리티甲은 누구?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7-07 05:35


'명량'의 '짐벌'위 판옥선(위)과 바다 위 판옥선.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실 바다는 영화인들에게 손에 잡힐듯 말듯한 공간이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펼칠만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구현하기 가장 힘든 공간이기도 하다. 섣불리 덤볐다가는 리얼리티 면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다다.

그런데 올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 세 작품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촬영 기술의 발달로 '이만하면 됐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이제 충무로는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바다로 가려고 하고 있다.

'명량', '짐벌'에 '워터캐논'까지

올 여름 바다 영화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명량'의 제작진은 전투신을 웅장하게 그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와 싸우는 전투를 그리기 위해 제작진은 전남 광양과 완도에서 6개월간 머물며 세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위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배인 판옥선과 일본의 전투선 세키부네, 이를 지휘하는 안택선 등 4척의 거대한 배를 건조했다. 바다 위에서 실제 운행이 가능한 배를 제작한 후 실제 바다에서 촬영했다.

또 이들은 할리우드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4개월간 30m짜리 배가 오를 수 있는 초대형 '짐벌'(Gimbal·유압 장치를 활용해 흔들리며 촬영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을 설계하고 제작했다. 파도의 움직임, 배와 배의 충돌을 역동적으로 잡아내기 위한 것. 이 '짐벌' 위에 얹을 배도 따로 4척을 제작했다. 그리고 '짐벌'에 올려진 배 위에서 150명이 탑승해 전투신을 촬영했다. 또 '워터 캐논'이라는 특수 장비를 활용해 물 위에서 화약이 터지는 효과도 구현했다.

'해적', 해적선만 대당 3억원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도 이에 못지 않다. '해적'은 극중 해적파와 산적파가 탈 배 3척을 건조하고 9m 높이의 짐벌 위에 올렸다. 32m의 목조 배 세트가 대형 짐벌 위에 올려졌다. 해적선만 대당 3억원이 투입된 현장이었다. 이 중 두 척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신을 위해 마지막에 불타기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짐벌'은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흔들림, '더 테러 라이브'에서 건물의 기울어짐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던 장치다. 이 '짐벌'을 배에 활용함으로써 리얼리티 있는 해상신이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적' 손예진의 선상 와이어 액션신.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해무', 실제 바다에서 찍다

하지만 '해무'는 '짐벌'보다 실제 바다를 택했다. 출연하는 배 옆에 바지선을 띄워 놓고 촬영 장비들은 바지선에 설치하고 촬영을 진행한 것. 배우들도 촬영을 할 때는 배에 있다가 감독이 "컷"을 외치면 다시 바지선으로 넘어오는 시스템이었다. 촬영 피로도는 훨씬 높을 수 있지만 리얼리티 면에서는 '짐벌'과 비교할 수 없다.

'해무'에서 창욱 역을 맡은 이희준은 "다들 촬영을 하다가도 밥을 먹을 때는 바지선에 옮겨오는데 촬영이 오래되자 김상호는 밥을 배로 가져서 거기서 먹더라. 배의 흔들림에 적응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갑판장 호영 역을 맡은 김상호는 "해군들이 오랫동안 배에서 생활을 하다 육지에 올라오면 땅이 흔들리는 '육지멀미'를 경험한다고 들었는데 나도 실제로 그것을 경험했다. 땅이 휘어져 보이고 흔들리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은 "바다 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CG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래도 관객들이 선원들과 같이 극에 빠져들고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 CG를 최소화했다. 나온 것을 보니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바다 촬영은 위험하기도 하고 육체적 고통도 따른다. 그래서 프로덕션 팀이 고민을 많이 했고 그렇게 나온 촬영 방법이었다. 지금도 실제 바다 촬영을 진행한 것에 대해 후회 없고 만족스럽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명량' '해적' '해무' 중 어느 작품의 촬영이 더 실감났는지는 베일을 벗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 영화계가 바다 촬영에서 할리우드 못지 않은 노하우를 얻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후에 나온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더욱 더 현실적인 화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올여름 바다를 둘러싼 이 세 작품의 의미는 깊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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