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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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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문제의 암페타민이 젤리 형태의 사탕과 함께 배송됐다는 것이다.
10월 18일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이 소포를 받은 박봄의 외할머니는 수사관들에게 "소포에 담겨진 것은 다이어트용 과자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관들은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박봄 어머니 집을 찾아갔으나 문제의 소포를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19일 새벽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박봄의 숙소에서 약을 찾아냈다.
그리고 검찰은 박봄의 암페타민 밀반입 혐의를 19일 내부 전산망에 정식 내사사건으로 등재했으나, 그해 11월 30일 입건유예키로 결정하고 내사가 중지됐다.
여기에서 박봄이 위법 사실을 모르고 암페타민을 들여오려 한 것이라면 왜 굳이 사탕들과 함께 포장을 했고, 외할머니는 '다이어트 과자'라고 수사관에 진술했을까.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박봄과 그 가족이 암페타민이 '마약류'에 속한다는 사실까진 몰랐어도 복용 또는 유통이 한국에서 금지됐다는 사실은 알았을 것이란 쪽에 더 무게가 실릴만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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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은 사건이 알려지자 마자 직접 나섰다. 자신의 이름으로 해명글을 발표하는 등 '박봄 구하기 작전'을 진두지휘한 것. 그러나 팬들의 감성에 호소한 이 해명글은 동정여론은 불러일으켰으되, 공인으로서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의혹을 모두 해소하진 못했다.
소포가 배달된 날은 18일 오후. 경찰이 박봄의 숙소에서 이 약을 찾아낸 건 19일 새벽이었다. 누가 언제 인천에서 서울 합정동 박봄에게 이 약을 전달했는지 현재로선 밝혀지지않았으나, 박봄은 이 약이 인천 주소지에 도착하자마자 급공수를 해온 것이다. 그만큼 기다렸다는 이야기.
또 미국에서도 다량 복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암페타민을 본인 면담도 없이 82정이나 '리필' 받은 과정에도 의혹은 남아있다. 미국에서 박봄의 사정을 '이해'하고 처방전을 써줬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규정을 어긴 것만큼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법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온다해도 그건 공인으로 짊어져야할 무거운 도덕적 평가 잣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양현석의 해명글은 박봄의 상처를 부각하는데 지나치게 주력한 나머지 공인으로서 반성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개인적인 아픔이 있으면 위법 또는 규제 약물을 소지하거나 복용해도 괜찮다는 말인가"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양현석의 박봄 구하기 작전은 동정 여론을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으나,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양현석이 조만간 박봄을 위해 다시 입을 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2차 해명글에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의혹들을 말끔히 씻어냄과 동시에 공인으로서의 반성이 담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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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양현석과 소속사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
이번 일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박봄' 그 자체이다.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이번 여파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진짜 큰 이유는 박봄의 건강 상태 때문이다. 팬들은 밝은 이미지의 박봄이 암페타민을 장기간 복용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불거진 2010년 이후에도 박봄은 다른 처방전을 받아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얼마나 상처가 깊으면 그럴까"라는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지금 박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전문가의 지원이란 설명이다. 특히 4년여전 '미국 주치의를 만나러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빴다. 그래서 미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한국 수입금지품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한국으로 배송받으려 했던 것'이라는 양현석의 해명을 놓고 팬들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고, 특히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연예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다른 스케줄은 조정을 해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속사 차원에서 보다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위한 체계적이고 섬세한 매니지먼트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이야기. 최소 양현석이 약 복용 사실을 알았던 시점부터, 양현석의 말 그대로 '동생처럼 여기는' 박봄을 위해 소속사 차원에서 어떠한 배려를 해줬는지 팬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주말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2NE1의 월드 투어와 SBS '룸메이트' 출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인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일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더욱이 마약류 밀반입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스케줄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면밀히 따져봐야한다는 이야기에 한번쯤 귀기울여봐야할 것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