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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로 번진 케이블 발 시즌제 예능...현실과 과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6-30 05:47


사진제공=SBS

최근 지상파에서도 시즌제 예능이 늘고 있다. 생존이라는 주제를 놓고 매번 장소와 출연진을 바꿔가며 도전을 이어가는 SBS '정글의 법칙', 2008년 종영한 '불후의 명곡'을 부활시킨 KBS2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올해 가을 시즌 4를 준비 중인 SBS 'K팝스타', 시즌 3까지 방영된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등이 시즌제로 방영돼 사랑받은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도시로 무대를 옮겨 새롭게 제작한 10부작 프로그램 SBS '도시의 법칙'도 전파를 타고 있다.

시즌제 예능 제작을 주도한 곳은 케이블 채널이다. 2009년 방송을 시작한 Mnet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시즌제 제작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슈퍼스타K'는 한때 지상파를 위협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매년 새 시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오디션의 특성상 우승자 탄생과 동시에 프로그램이 종료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시즌제 형식으로 극복하면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올리브 채널의 요리 서바이벌 '마스터셰프 코리아'가 시즌 3를 방영 중이며, Mnet 댄스 서바이벌 '댄싱9'은 시즌 2를 선보이고 있다.

오디션이 아님에도 시즌제로 선보여 크게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tvN '꽃보다 할배'가 대표적이다. 평균나이 76세인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등 원로배우 4인방의 해외 배낭여행기를 담은 '꽃보다 할배'는 유럽 편을 시작으로 대만 편과 스페인 편을 차례로 선보이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꽃할배'들의 새로운 여행 계획이 공개될 때마다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할배' 대신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여배우 4인방이 출연한 '꽃보다 누나'도 번외 편으로 제작됐고, 최근에는 또 다른 번외 편인 '꽃보다 청춘'의 출연자 유희열, 윤상, 이적이 페루로 촬영을 떠났다.

그밖에도 시즌 5를 방영 중인 'SNL 코리아', 시즌2 방영을 시작한 '렛츠고 시간 탐험대', 시즌 3 방영을 마친 '비틀즈 코드' 등도 시즌을 거듭하며 사랑받은 프로그램이다. 심리 게임으로 화제를 모은 '지니어스'는 시즌 1 '게임의 법칙', 시즌 2 '룰 브레이커'에 이어 새롭게 시즌 3를 준비하며 일반인 참가자를 공개모집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지상파에서도 시즌제 예능이 늘고 있지만 케이블과는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새 시즌을 앞두고 몇 개월간의 휴지기를 갖는 케이블 채널과 달리 지상파는 시즌 사이에 공백기를 두지 않는다. 'K팝스타'를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출연진 교체 시점을 새로운 시즌의 시작으로 삼고 있다. 2008년 이후 7년째 방송 중인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연진의 하차와 투입을 반복하며 현재 시즌 4를 방영 중이다. '일밤-아빠 어디가' 또한 올해 초 류진, 안정환, 정웅인 가족을 새롭게 투입하며 시즌 2를 출범시켰고, 형제 코너 '진짜 사나이'도 천정명, 박건형, 헨리 등을 영입해 변화를 시도했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도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방식은 고수하면서 출연진을 교체해 '시즌 3' 간판을 추가했다. 방송 14년차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 KBS2 '해피투게더'도 시즌 1의 '쟁반 노래방'과 '쟁반극장'에 이어 2005년엔 시즌 2 '프렌즈'로 개편했고, 2007년부터 '사우나 토크'로 포맷을 변경한 시즌 3를 방송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새 시즌 준비를 위한 공백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시즌제가 아닌 '기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케이블이든 지상파든 시즌제 예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때문이다. 신규 프로그램들이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프로그램의 인지도와 정체성은 가져가면서 콘텐츠의 변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생존전략이 변화한 것이다. 이전 시즌의 후광까지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시즌제의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따르는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는 대신 안정적인 콘텐츠만을 반복하는 분위기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출연자만 바꾼 '무늬만' 시즌제로 사실상 '재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의 법칙'의 시도는 주목해 볼 만하다. SBS는 수요일 오후 11시 시간대를 시즌제 프로그램 전용 시간대로 선정해 8~12부작 프로그램을 교체해가며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첫 주자인 '도시의 법칙'이 오는 8월 중순 10부로 종영하고, 그 후속으로 강호동이 MC를 맡은 '썸씽 스페셜' 편성이 거론되고 있다. '도시의 법칙'이 성공 사례가 된다면, 지상파에서도 시즌제 예능의 새로운 생존 법칙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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