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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코형님'이 달라졌다. 지난 5월, 장학금을 걸고 펼친 전국 대학생 딱지치기 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더니, 6월 2일 방송됐던 커플 레이스에서도 상위권에서 활약했다.막판에 유재석의 운빨에 밀리며, 우승은 놓쳤지만, 게임을 이끈 건 지석진이었다. 앞서 5월 4일 방송됐던 '런닝맨-마피아 게임'에서는 유일하게 생존한 마피아로 팀에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그에게 이광수와 더불어 '런닝맨'의 최약체로 꼽혔던 '굴욕의 세월'이 더는 없어보인다. 지석진은 이제 '런닝맨'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감있는 멤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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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이면 '런닝맨'을 한 지도 4년이 된다. 10살이나 어린 후배들과 함께 하는 뜀박질이 그에게 결코 쉬웠을 리 없다. 거기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프로그램 성격도 낯설었다.
"나를 버려야겠다. 내 고집을 버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전에 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방송을 했다면, '런닝맨'은 흐트러진 상황을 편집으로 정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느 순간 너무 나무만 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보기 시작하고, 내 역할을 받아들일 때가 되니까, 그 안에 내가 보이더라. 그때부터 시청자들도 날 좋아해주는 게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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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타 리얼 예능에 비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넌버벌적 성격이 강해 굳이 언어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외 로케를 갈 때면, 아이돌 못지 않은 팬들이 몰린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팬미팅 5군데를 돌았다. 해외에서 오히려 쇼핑을 못 할 정도다. 해외에서 팬미팅을 하는데, 개리가 쇼핑을 하러 나갔다. 바로 신문에 개리가 쇼핑한 사진이 나오더라." 지석진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고 밝혔다. "SNS 팬클럽이 중국에도 있고, 홍콩에도, 베트남에도 있다. 모두 다 따로 움직인다. SNS에 한국말로 남기는데, 통역기라 좀 어설프다. 가끔가다 존댓말도 있고, 반말도 있다. 그래도 한국어로 글을 남기려는 팬들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6월 중순에 홍콩 팬들이 오기로 했다. '혹시 날 볼 수 있냐'고 SNS에 남겼더라. 꼭 보려고한다."지석진은 말도 통하지 않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너무나 고맙단다.
리얼 예능의 초반에는 '리얼'이 정답이지만, 4년이나 되는 시간을 이끄는 장수 리얼 예능일 경우에는 다르다. '리얼'에서 그치지 않고, '성장'이 보여져야 한다. 그래서 늘 꼴찌로 놀림받던 66년생 지석진의 성장은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 성장하는 프로그램. 보고싶게 만든다. 응원하게 만든다. "요즘은 '런닝맨'촬영 가는 게 너무 즐겁다. 일 때문이 아니라, 멤버들과 어울리는 게 재밌다. 처음에는 쉬는 시간만 되면 다들 쓰러져 있었는데, 요즘은 쉬는 시간에도 축구를 하며 논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기 축구를 해도 체력이 좋아지는데, 이건 18시간 20시간을 뛰어다니지 않나. 돌이켜보면 '런닝맨'을 통해 받은 선물이 많다." 브라보! 지석진!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