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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드디어 '케미'가 살아났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5-30 05:55



"맏형 윤후보다 한 살 어리지만 세윤이의 영향력이 막강하더라. 녹화 하루 만에 완벽 적응해서 아이들 사이의 질서를 잡더라." 민율이 아빠 김성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덟살 꼬마 숙녀의 등장이 또래 친구들에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윤후는 "두근두근 했다"며 남몰래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리환이는 "엄마 아빠보다 세윤이가 좋다"고 말해 아빠 안정환을 서운하게 했다. "누가 제일 좋냐"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동갑내기 찬형이, 연신 "세윤이 누나"를 불러대는 민율이, 든든한 언니 덕분에 차분해진 왈가닥 빈이까지. 다섯 아이 모두에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불러도 될 만한 변화가 생겼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2기는 출범 초반, 맏형이 된 윤후가 어린 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에 관전포인트를 뒀다. 윤후가 어른들도 탄복하게 하는 독특한 배려심을 갖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아홉 살. 윤후의 리더십과 캐릭터만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기엔 힘에 부친 듯 보였다. 새로 합류한 아이들은 사랑스러웠지만, 시골여행, 장보기, 음식 만들기 등이 반복되는 패턴은 지루함을 안겼다. 원년 멤버 김성주, 성동일, 윤민수와 새 멤버 류진, 안정환, 김진표 사이의 어색한 기류도 오래 갔다.

하지만 제작진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서로 친해질 시간을 주면서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미덕을 보였다. 김진표-규원 부녀의 하차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정웅인과 세윤 부녀는 분명 '한 수'였다. 그제야 비로소 2기 가족들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족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살아나는 덕분이다.

세윤이가 참여한 첫 번째 여행. 새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설렘으로 한껏 들떴다. 축하파티를 준비하고 선물을 사고 정성껏 환영 편지를 썼다. 쑥스러움도 잊고 목청 높여 '렛잇고'를 부르며 세윤이를 반겼다. 세윤이가 선물로 받은 풍선이 계곡물에 빠지자 우르르 달려가 건져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들은 "우리 애들이 이상해졌다", "쟤들 웃기다"라며 흥미로워했다. 세윤이의 합류는 아빠들도 미처 몰랐던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낸 촉매제 역할을 했다. 덕분에 아이들의 개성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두번째 여행을 준비하며 아이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대중교통 타고 서울역에 제 시간에 도착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아빠 앞에선 어리광을 부리던 아이들은 씩씩하게 길을 찾아갔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의젓하게 챙겼다. 그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미션이었다. 세 자매 중 맏이인 세윤이는 윤후와는 또 다른 성격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아빠들 사이의 케미도 한결 좋아졌다. 동갑내기에다 어리바리한 면이 꼭 닮은 김성주와 류진, '과체중 커플'이란 애칭이 붙은 안정환과 윤민수, 드라마 출연 이후 오랜 우정을 쌓은 성동일과 정웅인. 때론 유치하게 티격태격하면서 정을 쌓아가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 아들의 약한 모습에 호통을 치다가도 미션을 수행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짠해지는' 안정환, 어라바리한 '기린 아빠' 류진의 독특한 캐릭터는 의외의 발견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안정환의 에피소드처럼, 아이와 '삼촌들'의 관계가 확장되고 발전하면서 만들어질 새로운 에피소드도 기대를 모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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