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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연하남'. 20대 남자배우라면 한번쯤 탐낼 법한 이 타이틀을 데뷔 8개월 만에 거머쥔 행운의 사나이, 바로 서강준(22)이다. 지난해 방영된 MBC 단막극 '하늘재 살인사건'에선 문소리와 19살 차이를 뛰어넘은 파격 멜로의 주인공이었고, 최근 종영한 '앙큼한 돌싱녀'에선 '이민정 바라기'였다. 허락 없이 '누나들'의 마음을 훔친 서강준은 자신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기분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제 막 소년의 티를 벗고 남자의 세계로 들어선 듯 어딘가 묘한 매력을 풍기는 그에게 '대세 연하남'이란 수식어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실제 서강준도 승현이만큼 유머러스한 성격이다. 당당히 할 말도 한다. 단 예의는 꼭 갖춘다. 하지만 사랑에 목 메는 남자는 아니다. "나중엔 승현이가 나애라(이민정)를 힘들게 한 것 같았어요.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탓이겠죠. 물론 이해는 하지만, 저였다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건 집착이니까요. 저와 승현이가 다른 점이죠."
극 중에서 선보인 피아노 연주는 서강준에게 로맨틱한 매력까지 더했다. 때 마침 '밀회'의 유아인과 '스타킹'에 출연한 헨리의 피아노 연주가 화제가 되던 참이라 서강준까지 묶여서 더 주목받았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가 취미였어요. 꿈이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꼭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저는 기본기가 부족해서 빠른 곡을 치면 손이 엉키더라고요. 특히 이루마의 '인디고'를 좋아하는데 드라마에서 연주한 그 곡이에요. 제가 칠 줄 아는 곡으로 직접 골랐어요."
이따금씩 극에 등장했던 이전 작품에선 분량이 많지 않아서 천천히 공부하면서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지만, '앙큼한 돌싱녀'에선 외워야 할 대사량도 많고 준비 시간은 부족해서 애를 먹었다. 그때 이민정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대본도 급하게 나오고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대사를 못 외워서 혼난 적도 있어요. 민정 누나가 대사를 입밖으로 꺼내라고, 실제처럼 시뮬레이션을 해야 대사가 입에 붙는다고 알려주셨죠. 촬영 현장에서의 자세 같은 것도 보고 배우는 게 많았고요. 연상녀의 매력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경험이 많아서 배울 게 많다는 것!"
무척이나 겸손해하는 서강준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굉장한 노력파에 뚝심 있는 남자다. 고교 1학년 때부터 모델 생활을 하며 2년 동안 패션쇼 오디션을 봤다. 그러나 결과는 줄줄이 낙방. 막막했지만 그동안 쏟은 노력이 아까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다 고교 3학년 때 서울 컬렉션 무대에 처음 섰다. '노력에 대한 결실 하나는 얻었다' 싶어 곧바로 모델을 그만두고 연기학원으로 갔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연기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19세에 연기를 시작해 20세에 연기 아이돌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가 됐고, 21세에 데뷔했고, 22세에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학원물에도 출연하고 싶고요. 아직 어리니까 교복을 입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서강준을 알렸으니까 앞으론 서프라이즈를 열심히 알려야죠."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