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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배기 꼬마들의 우정에 코끝이 찡해진다. 뇌병변 장애를 지닌 듬직이와 그런 듬직이를 끔찍하게 보살피는 예린·은별·제희 'F4 친구들'의 이야기가 5월의 안방에 진한 감동을 선물했다. 희망이 침몰한 시대, 절망과 분노가 할퀴고 간 자리에 새살이 돋는 것만 같다.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아이들은 천진했다. 그러나 그 뒤에 가려진 저마다의 사연은 참 아팠다. 생활고로 엄마와 떨어져 사는 다섯살 은별이의 별명은 '먹방 샛별'이다. "배터지게 먹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던 은별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되어 은별이의 식탐을 부른다. 보호자가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나 함께 삼혜원에 오게 된 듬직이와 예린이는 서로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단짝이다. 막내 제희가 빼앗은 장난감을 도로 찾아주고 서툰 손길로 간식을 먹여주는 예린이에게 듬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살인 미소'를 보낸다. 떼쟁이 제희는 정작 오랜만에 만난 아빠 앞에서는 쭈뼛거리는 여린 아이지만 힘든 재활훈련을 하는 형 듬직이에게 우유를 가져다 주며 응원을 할 땐 제법 의젓하다.
작은 몸 하나 의지할 곳 없는 네 아이들은 서로 보듬으며 희망을 일구고 있었다. 걷고 싶어하는 듬직이를 위해 작고 여린 손으로 신발을 닦아주고 불편한 다리를 주물러줬다. 구르고 기어서 식탁 앞에 오기까지 벽과 바닥에 머리를 찧고 박으며 '찍콩'을 하는 듬직이를 기다릴 줄도 알았다. 가정도 사회도 울타리가 돼 주지 못한 약한 아이들이 그보다 더 약한 아이를 보살피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프고 슬프고 미안하다.
우리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란 말이 있다. 아픈 곳에 온 정신이 쏠리고, 아픈 곳을 배려해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중심은 아픈 곳이어야 하고 아픈 곳을 배려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둔감했다. '꽃보다 듬직이'는 우리 사회가 돌보지 못한 아픈 곳을 들여다보며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건져 올렸다. 연출자 이모현 PD는 "시스템의 구멍을 사랑으로 메워나가면 희망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꽃보다 듬직이'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4편을 차례로 선보인다. 12일 '날아라 연지', 19일 '수현아, 컵짜이 나', 6월 2일 '말괄량이 샴쌍둥이'가 전파를 탄다. 시청자들은 앞으로 남아있는 세 가지 감동을 만날 준비를 조금 서둘러도 좋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