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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크로스', 정말 식상한 복수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04-07 15:41



'골든크로스'는 정말 식상한 복수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 주니퍼홀에서 KBS2 수목극 '골든크로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골든크로스'는 대한민국 0.001%의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의 탐욕, 그에 의해 희생된 평범한 남자의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복수'라는 대전제에 원수 집안 자녀끼리 사랑에 빠진다는 '로미오와 줄리엣'표 사랑 공식을 더했다. 너무나 많이 접했던 구성이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식상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정말 그저그런 복수극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김강우는 "복수극이 많다. 나도 드라마를 보면 상대적으로 멜로드라마 보다 복수극이 많다. 복수극은 심정이 주인공 쪽으로 가게 돼있다. 악인들에 대해서는 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악인들 편에 서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복수극의 패턴과는 조금 다르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홍석구 감독은 "복수극은 맞다. 하지만 나는 복수극이라고 못 느끼고 있다. 일반적인 복수극의 패턴을 가져가면 희생양이 있고, 희생당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러나 '골든크로스'는 실제 인물들 간에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형식으로 드라마를 끌고가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복수극과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연미 작가는 선굵은 이야기, 인간의 존재 및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펼친다. 나는 그런 드라마를 너무 하고 싶었다. 십여 년 전부터 같이 작업하고 싶어서 러브콜을 했었다. 유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이야기다. 선과 악의 대결은 결국 개인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고,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 식상함에 대한 우려는 떨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에서 KBS 드라마 '골든크로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강우와 이시영이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강우, 이시영, 엄기준, 한은정, 정보석이 출연하는 '골든크로스'는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위 0.001% 사람들의 비밀 클럽으로 이들의 음모에 휩쓸린 한 남자의 욕망과 음모를 그린 탐욕 복수극으로 9일 첫 방송된다.
김보라 기자boradori@sportschosun.com
결국 악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물론 '골든크로스'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많다. SBS '자이언트'에서 조필연 역으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친 정보석이 서이레(이시영)의 아버지이자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서동하 역을 맡아 '레전드급 악역 탄생'을 예고했다. 뮤지컬 스타로도 잘 알려진 엄기준은 절대 악역 마이클 장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몇몇 연기파 배우들이 극을 이끌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스토리만 놓고 봐도 회의적이다. 인물관계도부터 단순하다. 탐욕 대신 양심을 선택한 대가로 인생을 짓밟힌 가족과 절대적인 권력과 부를 놓치 않으려는 기득권층의 대립이 주를 이룬다. 캐릭터 역시 크게 다를 게 없다. 피해자 측인 강도윤(김강우)는 늘 밑지고 사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출세에 목을 매는 검사 출신 변호사고, 가해자 측의 딸인 서이레은 세상 물정 모르고 정의감 하나에 몸을 맡긴 열혈 검사다. 이런 두 사람의 캐릭터 역시 어디서 많이 본 특성인데다 이 둘이 사랑에 빠지면서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측 가능하다. 포맷과 캐릭터만 봐도 전형적인 권선징악, 비극적인 운명에 맞선 사랑의 결말이란 결론이 나온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에서 KBS 드라마 '골든크로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엄기준과 한은정이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강우, 이시영, 엄기준, 한은정, 정보석이 출연하는 '골든크로스'는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위 0.001% 사람들의 비밀 클럽으로 이들의 음모에 휩쓸린 한 남자의 욕망과 음모를 그린 탐욕 복수극으로 9일 첫 방송된다.
김보라 기자boradori@sportschosun.com
구성에서 밀린다면 대진운이라도 좋아야 할텐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SBS '쓰리데이즈'는 손현주 박유천 등 배우들의 호연과 대통령 실종 사건이란 독특한 소재로 수목극 1~2위 자리를 다퉜다. MBC '앙큼한 돌싱녀' 역시 지금까지는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별에서 온 그대', '쓰리데이즈' 등 경쟁작들에 밀려 힘을 내지 못했지만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이민정과 주상욱의 벚꽃키스를 비롯한 케미가 폭발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수극'이란 소재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올 상반기 복수극이 유난히 쓴 맛을 봤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4분기에는 '별에서 온 그대', '기황후' 등 남녀주인공의 달콤쌉쌀한 로맨스를 그린 트렌디극들이 인기를 끌었다. '태양은 가득히'를 비롯한 정통 복수극은 시청률 3%대의 굴욕을 맛보며 고전 중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밝고 경쾌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초반 기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골든크로스'는 막을 올린다.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후속으로 오는 9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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