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후기가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는 산문사진집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첫번째 산문집인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흔해빠진 사랑과 일상에 대한 감정을 정제된 사진과 언어로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는 그는 '뻔하지만 이게 나요, 이게 다'라고 단언한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 맞지만, 그것은 높고 우아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바닥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의 눈길은 사랑, 그 흔하고 볼품없는 것의 저린 이면을 응시한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집중해야 해요." <어떻게 살아왔는가보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69p.
시인이면서 사진도 찍고, 연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은 지금까지 언제나 낮고 남루한 곳, 텅 빈 곳을 향해 있었다. 기지촌 출신의 박후기는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이후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등 두 권의 시집을 낸 바 있으며, 첫 시집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박후기의 글과 사진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자기 감성에 빠진 사진가는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반면, 박후기의 사진은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이토록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글과 사진 속에 사람과 사랑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박후기 시인은 "책을 펼쳐야 비로소 글을 만나게 되듯, 만나야 비로소 사랑을 읽게 됩니다. 사랑을 잃고 펼쳐 읽는 책 속엔 거짓말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떠난 후, 비로소 나를 사랑한다는 당신의 거짓말마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고 서문을 통해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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