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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반전'을 찾을 때다. 화제의 드라마 SBS '쓰리데이즈'에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른 최고의 반전은 경호실장 함봉수가 대통령 저격수였단 사실이다.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하던가.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함봉수의 배신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그런 함봉수를 연기하는 장현성의 물오른 연기는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시청률까지 견인했다.
주말에는 KBS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들바보'로 등장하는 따뜻한 아빠 장현성, 수목에는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경호실장 함봉수로 변신하는 '반전 매력'의 그를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
촬영장과 집에만 오가느라 실감은 잘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기사는 보는 편인데 감사하다.
대부분 반전이라는 게 선한 이가 악당으로 변한 단순한 구성은 아니다. 선한 역도 마냥 착하지 않을거야. 악역도 마냥 악역은 아닐거야. 좀 비틀어야 하는 부분이 있나.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수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가 높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데 부담은 없을까.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 해봤다. 자연인 장현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업이 배우니까 배우라는 직업은 다른 인물들의 인생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인데, 본모습을 이미 다 아는 분들이 배우로 돌아갔을 때 감정 이입이 안될까봐 걱정이 됐다. 그때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중에서 안판석 감독님에게 물었는데, "절대 문제가 안된다.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장현성은 그렇지 않다"고 믿어주더라. 오히려 나의 유쾌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준 덕분에 출연을 결심했다.
-'쓰리데이즈'는 어떤 드라마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촬영 전에 준비한 것이 있다면.
내 입장에서 인물에 대한 트리트먼트와 시놉시스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다. 드라마에 관해 내가 썼던 문장은 '이건 조국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것. 비극이라는 것은 거기서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봐도악당이고, 착한 사람이 있는데, 악당이 착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내용은 동화같은 스토리다. 비극이란 커다란 명분을 가지고, 잘 해보려고 하는데, 방법이 다르고, 거기서 목적이 파괴되면서 비극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아주 매혹적이다. 드라마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비서실장, 경호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도 있지만, 이야기를 들춰보면 조국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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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복선이다. 13년 전에 경호실장을 하기 전에 특공연대 소령이었을 때다. 그때 양진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이 큰 불씨가 됐다. 함봉수의 행동에 명분을 주는 사건이다.
-'쓰리데이즈'는 기존 드라마들과 다르게 빠른 전개와 스릴러 구조, 미국드라마 식 전개가 눈에 띈다.
굉장히 매력있는 장르다. 나는 배우지만, 관객이기도 하다. 보고 싶은 작품 속에 내가 있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직업이 배우라 1차 창작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난해 가을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 기다렸다.
-오랫동안 기다린 이유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작품에 애착이 있었다는 뜻인가.
작품을 쓴 김은희 작가가 오랜 친구다. 이 친구가 써내려간 작품은 씨실과 날실이 엮어서 가는 촘촘한 느낌이 있다. 대본이 똘똘하다고 말해야할까.
-'쓰리데이즈'는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나. 배우들끼리 연기 대결이 불꽃 튀겠다.
대결이란 말은 어불성설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끄럽지만 신념같은 것은 배우들이 경쟁자라고 생각하면 될 장면도 안만들어진다. 동업자 관계로 봐야한다.
-그런 동업자의 호흡을 발휘한 적이 있는가.
얼마 전에 파주쪽 창고에서 격투신을 찍는데, 창고 바닥에 누워서 있는 장면이 있었다. 여전히 밤에는 굉장히 춥다. 누워서 꼼짝 못하는 장면이었는데, 찬 시멘트 바닥에서 1시간 정도 있으니까 벌벌 떨리더라. 손현주 형이 카메라 앵글에 안걸리게 살짝 핫팩 넣어주고, 빼주고 했다. 그런거 아닐까.
-이번에도 전문직 역할이다. 그동안 작품에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위주로 많이 맡아왔지 않나.
사실 선한 구두닦이 아빠 역도 한 적 있지만, 시청률이 안나와서 잘 모른다. 사실 제작자나 연출자가 리스크가 적은 캐스팅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크지 않을까. 아직은 부족한가보다. 좀 더 나은 배우가 되면 자유로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나는 역이 있는가.
맥베드 역을 해보고 싶다. 못해봤다.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Mephistopheles) 역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로 만들기는 어렵겠다) 하하. 한국에서는.
-소속사가 YG다. 아이돌 소속사로 유명한 사무실인데, 혹시 YG 구내식당은 이용해봤나.
구내식당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우리 조카들도 식당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자주 간다. 공짜니까. 나랑 매니저랑 밥 먹으면 밥 값이 만 원은 나오는데, 공짜다. 거기다 식판에다가 먹으니까 빨리 나오는 게 좋더라.
-소속사로 인해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
절친한 (김)윤석 형이 얼마 전에 '너 윤도현네 회사 들어갔다며?'라고 하더라. 내가 YB(윤도현 밴드)에 들어간 줄 알더라. 그래서 YG라고 이야기해줬다.
-아이돌 소속사에서 가수 데뷔도 할 계획인가? 혹시.
전혀. 반짝이 양복이나 입고, 트로트를 부르면 모를까. 뮤지컬을 10년 가까이 해왔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내가 직접 녹음을 했었다. 모르는 일이다. 하하.
-연극과 뮤지컬로 있던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브라운관으로 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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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장현성이란 배우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길 원하는가.
내 연기를 보고 '저 배역은 장현성이 아니면 상상이 안돼'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또 어차피 배우도 내 인생이고, 마라톤 아닐까. 친한 친구들하고 종종 말하는 게 있다. 송일곤 감독, 장항준 감독 등 동갑내기 친구들과 술 자리에서 '나중에 내가 혹시라도 먼저 죽게되면 약속해달라. 초상집에 와서 우리 아들들에게 내가 멋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나에 대해 조금만 부풀려달라고 말한다. 하하.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