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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男女] 노예 12년 '별다섯개가 아깝지 않아'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3-12 15:28



◇밝혀둡니다= 女기자는 영화보는 일이 '일상'인 독자보단 '이벤트'인 독자의 심정으로 바라봅니다. 거기에 여성과 데이트하기 전에 어떤 영화를 골라야할 지 막막한 남성들이라면 이 리뷰가 도움될듯

女기자 (눈물 이상의 영화 ★★★★★)

처음으로 별 다섯개를 남긴다. '노예 12년'은 단순히 1840년대 인신매매를 당했던 한 흑인 노예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예 12년'은 종군위안부로 팔려나갔던 우리 할머니들, 해마다 1400만 명이 넘게 팔려가는 11살 어린 신부들, 장애인들을 강제 노역시켜 최근 보도됐던 '염전노예'까지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무겁고도 무섭다. '노예 12년'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면서 시작된다. 솔로몬 노섭은 미국 북부에서 촉망받는 음악가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음악을 하면 돈을 많이 준다는 인신매매업자들의 꾀임에 속아 12년간 원치않은 노예살이를 한다.


그 노예살이의 참혹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충격적이다. 사람을 정육점에서 소처럼 걸어놓고 고르게 한다거나, 여성 노예에 대한 성적 학대, 어린 아이들도 피해갈 수 없는 고된 노역, 그리고 살 가죽이 튈 정도로 채찍질이 난무하는 그 곳은 '지옥'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소유'로 대하는 '노예제도'라는 것. 우리가 구시대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하지만 여전히 같은 지구 아래 '사람'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노예 12년'은 네버엔딩이다. 분명 이 영화는 눈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


◇밝혀둡니다=男기자는 지극히 대중적인 눈으로 영화를 봅니다. 속 깊은 영화 이론이나 어려운 전문 용어 같은 것은 잘 알지도 못하죠. 그래서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재미있나' 그리고 '예쁜 여배우가 출연하는가' 정도입니다. 그러니 수준이 낮다는 등의 악플은 자제해주시길….

男기자 (저런 사람 꼭 있지 ★★★★)

성선설을 믿던 기자는 어떤 계기로 인해 성악설로 믿음을 바꾸게 됐다. 정말 태생부터 악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노예 12년'에서 그런 사람이 등장한다. 노예 제도가 나쁘긴 하지만 대부분의 백인 주인들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현실에 순응하고, 굳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노예에게 악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재수없게도(?) 마이클 패스벤더 같은 주인을 만나기 일쑤다.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이 컴버배치 같은 주인 밑에서 12년을 보냈더라면 영화는 그리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패스벤더 같은 주인이 나타나 '노예 12년'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는 패스벤더 같은 사람과 만나지 않길 빌 수밖에 없다. 물론 노예제도가 아예 없었더라면 더 좋은 현실이 됐겠지만 현재도 제도만 바뀌었을 뿐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는 늘 존재하고 그 사이 부조리 역시 바뀌기 힘들다.


그나저나 브래드 피트는 갑자기 왜 등장하는 거지? 그것도 정말 좋은 캐릭터로 말이다. 다른 배우가 했어도 전혀 지장 없을 역할인데 말이지. 제작자만 해도 될 것을 꼭 카메라 앞에 서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하여간 잘생긴 것들이란.


고재완 김겨울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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