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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서울*라보엠', 수익금 전액, 성악 유망주 위해 기부해 화제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4-03-02 15:35


◇오페라 '서울*라보엠'이 수익금 전액을 성악 유망주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해 화제다. 사진은 초연 당시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오페라앙상블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환경의 성악 유망주들을 위해 기부하는 오페라가 공연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과 미디어 전문기업 ㈜추계미디어가 공동제작해 오는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서울*라보엠'(예술감독 장수동)이 화제의 무대다.

지난 2001년 초연된 '서울*라보엠'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1980년대 신촌 대학가를 배경으로 옮긴 작품이다.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렌트'가 뉴욕 빈민가로 무대를 바꿔 '라보엠'을 현대화시켰듯, '서울*라보엠'은 1980년대 신촌이라는 공간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라보엠'을 재구성했다.

1980년대 신촌역 앞의 다락방. 시인 한솔과 화가 창수는 작업에 몰두하지만 밖에서 들리는 시위 함성에 괴로워한다. 한솔과 창수는 결국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타자기와 캔버스를 집어 던진다. 그 사이 철학도인 병태와 작곡 지망생 준영이 나타나 살풍경한 바깥의 소식을 전한다. 이때 광주에서 간호사를 하던 하영이 진압대에 쫓겨 몸을 숨기려 들이 닥친다. 한솔과 창수 등은 그녀에게 머지않아 '서울의 봄'이 올 것이라며 위로한다.

푸치니 원작에 등장하는 시인 로돌포와 재봉사 미미의 사랑을 극작가 한솔과 간호사 하영의 사랑으로 대신해 한층 현실감을 준다. 더구나 하영은 광주에서 서울로 쫓겨온 인물이고, 한솔은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된 경험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이다. 초연 당시 미국 CNN은 '1980년 광주 항쟁의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사랑을 통해 시대와의 화해를 노래한 한국판 라보엠의 탄생'이라고 전 세계에 소개했다.


◇'서울*라보엠'의 장수동 예술감독. 사진제공=서울오페라앙상블
연출을 맡은 장수동 예술감독은 "시대의 격랑 속에 신음하면서도 진정으로 삶을 사랑한 당시 청년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고자 한다"며 "한솔과 하영의 사랑을 통해 분열의 고리를 끊고, 시대와의 화해를 노래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은 서울오페라앙상블은 그동안 우리 말로 번역한 소극장 오페라를 꾸준히 공연하며 오페라 대중화에 앞장 서왔다. 장수동 감독은 "시대적, 정치적 요소가 물론 있지만 '서울*라보엠'은 아름다운 시대의 노래가 담긴 오페라"라며 "푸치니의 원작이 담고 있는 진솔한 감성표현, 독특한 캐릭터, 절묘한 멜로디의 하모니는 변함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영화, TV드라마 등의 제작 파트너로서 참여해온 ㈜추계미디어는 '서울*라보엠'을 통해 대중예술을 넘어 오페라 제작에 뛰어 들어들었다. ㈜추계미디어 정향국 대표는 "'서울*라보엠'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뛰어넘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중장년층의 '응답하라 1980'으로 발전시켜 본격적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추계 최은희 여기자 장학회)을 펼치고 있는 추계미디어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살려 수익금 전액을 문화 소외지역 출신의 유망한 성악 지망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라보엠'에는 하영 역에 소프라노 이효진 김주연 구은경, 한솔 역에 테너 장신권 양인준 김주완 등이 나선다. 또 지숙 역에 박상영 김은미 임금희, 준영 역에 한경석 김재섭, 김지단 등 실력파 오페라 가수들이 총 출연한다. 지휘는 양진모가 맡는다. (02)741-7389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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