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멜로남주 정우가 남성팬에게 더 사랑받는 법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2-13 08:39


'대세남' 정우가 스포츠조선을 찾아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우는 캐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김재준'역을 맡아 큰 인기를 모으며 스타덤에 올랐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대개 기자들은 톱스타가 왔다고 한들 자기 일에 몰두한다. 워낙 흔한 광경이라 놀라울 것도 없고 일도 바쁘기때문이다. 정우는 달랐다. 정우가 스포츠조선에 들어서자,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무뚝뚝한 남자 기자들이 여자 배우도 아닌 정우에게 박수를 쳤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어렵게 나정(고아라)이를 차지한 정우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였을까. 그도 그럴테지만, 남자들이 이해할 법한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정우에 대한 '호감'이 더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남자들에게 인기있을 수 있는 이유, 그저 신기했다.

처음이다. 타부서의 남자 기자들의 호응 말이다.

-정말 고맙다. 사실 언론사 처음 들어갈 때 어색하기도 한데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정우에게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매력이 있나보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부분이다. 남성팬들은 '의리'가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좋아하면 꽤 오래 좋아해주시더라.

왜 남성팬이 많을까.

-쓰레기 역할이 공감을 많이 줬던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남자 캐릭터다. 하하.


스케줄이 너무 많아졌다

-많이 찾아주는 것 같다. 예전에 바빴던 배우분들이 조금 이해가 가더라.

바쁜데 건강 관리는 잘하는 편인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1시? 2시 정도에 잠에 든다. 불면증이 좀 있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최고다 이순신'에 '응답하라 1994'까지 요즘은 광고 촬영까지 하면서 쪽잠을 자는 게 버릇이 됐다.

운동하기가 힘들겠다

-꿈도 못꾼다. 건강 음식 주는 팬들 덕분에 감사하다. (보양식 좋아하나보다) 그런 편이다. (장어? 곰탕?)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몸에 좋은 음식이 좋더라.

어머니가 함께 계시다고 하던데.

-그렇다. 막내 아들 밥 차려주시려고 아예 올라오셨다. 요즘 이가 안좋으셔서 임플란트도 해드려야 하고.

어머니에게 애틋한가보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항상 마음에 걸리고, 표현은 못하는 성격이다. (애교가 많다고 하던데) 서른 살 넘으니까 없어지더라.아들은 키워도 소용 없나보다

'대세'로 불려서 그런가.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꼼꼼해진 것은 사실이다. 근데 그 전부터 그랬다. 존경하는 선배님들, 감독님들과 작품을 하고 싶다. 그 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기에 더욱 그렇다.

반면 많이 찾으니까 거절할 일도 많지 않나

-그래서 미안함이 크다. 사무실 쪽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마음은 그게 아닌데 몸이 다 할 수 없다보니 그렇다. 한 분 한 분 서운하지 않은 일을 만들고 싶지만, 결국 작품에 참여하지 못하면 서운해하더라.

지난해 연말 신인상 받을 때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더라. 또 신인이 아닌데 신인상을 받았는데 감회가 어땠나.

-사실 너무 떨려서 긴장됐다. 그러면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울컥하더라. 신인상을 받은 부분이 같이 후보된 어린 친구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상의 가치를 나눠가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받으니까 기분은 정말 좋더라.


'대세남' 정우가 스포츠조선을 찾아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우는 캐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김재준'역을 맡아 큰 인기를 모으며 스타덤에 올랐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보는 사람들도 느껴지더라. 가식적이지 못한 편인가보다.

-포커페이스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아무래도 오래 일하다보니 감정이 북받친 것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과 대립 관계에 설 때도 있다. 예전부터 지켜본 분들은 그렇지 않지만, 좀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는 편이다.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호감을 가지고,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나도 바뀌는 편이었다. 그러다 요즘 바뀌려고 노력한다.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냥 내가 회초리를 한 대 맞는 편이 때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쉽진 않은 일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는 성동일보다 후배지만, 다른 출연자보다 선배였다. 중간에서 역할 조율이 중요했겠다.

-이제 34살이 됐다. 양보해야할 것도 많이 보이는 나이다. 후배들과 연기할 때는 최대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고, 성동일 선배랑은 그냥 따라가기만 했다. 이제 내가 주목받는 것에 대한 욕심이 버려지는 나이다.

사실 또래 배우들이 활약할 때 뒤쳐지는 느낌도 받지 않았을까.

-우리 직업이 그렇다. 또래 배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자꾸 비교하게 된다. 나도 약간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기미가 보였을 때가 있었지만,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잘 안풀렸다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준비가 덜 됐고, 운이 잘 안맞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10년동안 쉬지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 아닐까.

최근작들을 보면서 멜로가 어울리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멜로를 찍고 싶었다. 그러나 나란 배우를 쓰기위해 총대를 메는 감독은 없었다. 아무래도 비주얼적인 부분이 걸렸을 것이다.

본인의 외모에 만족하지 않나보다.

-내 자신이 만족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생긴 배우과에는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외모로 달란트를 많이 가진 배우는 아니지않나. 하지만 분명 내 안에는 멜로 감성이 있었다. 신원호 감독님과 윤성식 감독님도 궁금해했다. 나를 멜로를 시키면서도 불안해하면서도 어떤 그림이 나올 지 궁금해했다.

정우를 각인시킨 두 작품에서 공교롭게도 멜로 연기를 했다.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아무래도 주연과 조연은 차이가 있다.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맛깔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응답하라 1994'는 끌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연기를 하면서 예나지금이나 화면 밖으로 욕심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

욕심이라면.

-내 안에 굉장히 욕심이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쓴뿌리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살아오면서 상처도 겪어봤고, 무시받은 적도 많다. 한 나무가 자라는데, 토양에 거름이 잘 베어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썩어문드러진 뿌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욕심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그게 마음 한 켠에 상처로 자리잡고 있는가. 방황의 시기가 왔었나.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각자 방황의 크기가 다르겠지만 난 그런 편은 아니었다. 꼭 집에 6시 7시면 들어갔고, 친구집에서 잤던 기억도 별로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을 것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학교에 가면 애들이랑 까불고 놀고, 쥐어박고 그랬다. 학창 시절을 즐겁게 보낸 편이다.


'대세남' 정우가 스포츠조선을 찾아 인터뷰 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우는 캐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 '김재준'역을 맡아 큰 인기를 모으며 스타덤에 올랐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필모그래피에는 대부분 건달같은 무서운 역할을 주로 해왔는데, 실제로는 착하고 바른 막내 아들이었나보다.

-그렇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이 힘들어했다. 쉬지않고 일도 하셨고,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애틋한 이유다.

석사 출신이다. 학업에도 관심이 많나보다.

-학업은 여전히 관심이 많다. 아니 학업이라고 하면 너무 포괄적인 것 같고, 영화쪽, 연기쪽, 내 분야에 대해 공부는 계속 하고 싶다.

'응답하라 1994' 때도 공부를 하고 들어갔나.

-그때 연구하고, 자료조사하면 이미 늦은 거다. 그 전에 무수한 선배님들의 연기를 학습하고 배운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그것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프러포즈 신이 있으면 어떤 선배의 어떤 장면을 참고하는 형식이다.

누구의 연기와 같다는 생각이 안들었는데.

-내꺼화 시키니까 그렇다. 선배의 감정을 따라하는거고, 그 감정에 공감하는 거지. 디테일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지않나. 무수히 연습해 내꺼화 시킨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송강호를 꼽았다.

-너무 존경한다. 예전에 '사생결단' 뒷풀이 때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기억 못하실거다.

송강호와 정우가 투톱으로 작품할 날을 기대하겠다.

-너무 영광이다. 그런 날이 내게도 오길 꿈꾼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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