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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을 힘들게 하는 드라마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단순히 '캔디형' 여주인공이 아니다. 마음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고난을 겪는 드라마들이 등장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여배우들을 굴려야 뜬다'는 공식이 나올 만한 수준이다.
SBS 수목극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에서 계속해서 수모를 겪고 있다. 초반 미국 LA에서 유라헬(김지원)이 차은상(박신혜)의 캐리어를 발로 차버리더니 제국고에 와서는 사회배려자 전형이라는 이유로 무시 당하기 일수다. 늘 감싸주는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가 아니었다면 이미 '왕따' 대열에 들어서고도 남을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하 왕가네)에서 왕호박(이태란)도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언니 왕수박과 몸싸움까지 벌였던 왕호박은 이앙금(김해숙)에게 무시를 당하다 못해 이제 허세달(오만석)에게 이혼 통보까지 받으며 자존심이 뭉개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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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예전에도 '캔디형' 여주인공은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인 배경 뿐만 아니라 자존심에 신체적인 피해까지 온갖 종류의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진행된 '따말' 촬영에서 한혜진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사고 장면을 직접 소화했고, 이후에도 환한 미소로 스태프들과 상대 배우를 배려했다.
'따말' 제작진은 "한혜진에게 위험한 사고 장면이라 대역을 권유했지만, 본인의 강한 의지대로 대역 없이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상속자들'의 박신혜는 미국에서 도망친 언니(윤진서) 덕분에 자존심을 죽이고 김탄의 집에 들어갈 때부터 수난이 시작됐다. 다림질에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자야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고난은 드라마 시청률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기황후'에서는 하지원이 고난을 겪은 덕분에 단숨에 월화극 1위로 올라섰다. '왕가네' 역시 전국 시청률 30%를 넘기며 주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왕호박이 수난을 겪을 때마다 시청률 그래프가 널을 뛴다.
물론 드라마의 성공이 모두 이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배우들의 수난, 아니 여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드라마를 성공가도로 이끌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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