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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D-3] 감독-최우수작품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11-19 09:36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가린다.

2013년 청룡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관상', '베를린', '설국열차', '소원', '신세계'다. 스타 감독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인 만큼 연출력, 스토리, 구성, 배우들의 연기력이 완벽하다.

흥행 성적도 좋다. '관상' 912만 3901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베를린' 715만 9957명, '설국열차' 934만 2506명, '소원' 259만 1287명, '신세계' 467만 8966명 등 훌륭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트로피는 하나 뿐. 신념과 사상, 선과 악의 경계에서 겪는 인간의 갈등과 고뇌를 풀어낸 다섯 작품 중 영광의 순간을 함께할 주인공은 비극을 노래한 쪽일지, 희망을 본 쪽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과 악의 경계, 희망? 절망?

'관상', '베를린', '신세계'는 비극에 포커스를 맞췄다.

'관상'의 기본 구조는 권력, 혹은 개인적인 욕망과 사상의 충돌이다. 현재 왕권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김종서(백윤식)와 반역을 꾀하는 수양대군(이정재)의 싸움, 유교적인 가치에 따라 충성을 선택한 내경(송강호)과 가족의 안위를 우선시한 팽헌(조정석)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한 인간의 꿈과 좌절, 절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비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베를린'은 "등장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주제라고 한다면 신념과 사상이다. 그러나 사람은 신념과 사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는 거란 걸 느꼈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조국과 당성, 가족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표종성(하정우), 개인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동명수(류승범), 국정원 요원이란 사명감과 본능적인 인간애의 충돌에 고뇌하는 정진수(한석규)의 비극적인 이야기에 액션을 곁들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신세계'는 인간의 이중성을 한눈에 보여준 영화다.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서라면 측근의 희생조차 개의치 않는 강과장(최민식), 최대 범죄 조직의 2인자이지만 이자성(이정재)에게 만큼은 목숨까지 내줄 정도로 끈끈한 의리를 보여주는 정청(황정민), 경찰 신분으로 범죄 조직 골드문에 잠입해 정의와 생존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이자성의 이야기를 통해 절대적인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에서의 카오스를 표현했다.


반면 '설국열차'와 '소원'은 희망에 비중을 뒀다.

'설국열차'는 억압과 탄압에 시름하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린 영화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계층 구분과 그에 따른 차별을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 풀어낸 게 특징이다. 자유를 찾아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린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여정과 결국 열차에서 벗어나 신세계를 밟게 된 요나(고아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의 댓가를 설명한다. 봉준호 감독은 "절망 끝에 희망이 있지만, 그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가혹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전진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소원' 역시 절망 끝에 찾아온 희망을 노래했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된 소원이 가족이 소원(이레)의 상처와,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부조리한 법정의 판단에 고통받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래도 아직은 살 만 한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5인 5색 스타 감독,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각자의 색이 뚜렷한 만큼, 수상자를 예측하기 위해선 감독들의 이력과 청룡과의 인연도 되짚어 볼 만 하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의 대가'다. 1996년 '변질헤드'로 데뷔한 뒤 독창적인 액션으로 거친 삶을 담아내며 '한국의 액션 키드'란 찬사를 받았다. 청룡과의 인연도 깊다. 2000년 장편영화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뒤 2011년 '부당거래'로 감독상을 받는 데 성공했다. '베를린'은 13m 탈출 와이어신,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중급호텔광장에서 촬영된 카 체이싱 등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액션을 선보인 만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훈정 감독은 시나리오에 강하다. 씨네21 인터뷰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세를 타 지망생들의 롤모델로 꼽힌 경력이 있다.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를 집필, 2011년에는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갱상('부당거래')을 받기도 했다. 2010년 '혈투'로 정식 데뷔한 뒤 마침내 '신세계'로 대박을 냈다. 제46회 시체스영화제 포커스 아시아 베스트 필름상까지 수상한 만큼, 이번 시상식에서도 상복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봉테일'이란 애칭이 있을 정도. 1993년 6㎜ 단편 '백색인'으로 데뷔한 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을 연출했다. 일상적인 공간을 이질적인 곳으로 만들거나, 등장인물의 돌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풍자를 심어놓는 감각이 탁월하다.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에 성공했으며 특히 청룡과는 2006년 제27회(괴물), 2009년 제30회(마더)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그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설국열차'로 3번째 수상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이준익 감독은 휴머니즘의 대표격이다. 1993년 '키드캅'으로 데뷔한 뒤 '왕의남자', '라디오스타' 등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유난히 청룡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상업 영화 은퇴를 선언했던 2011년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소원'이 상당한 흥행을 거둔 것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만큼 청룡의 트로피와 첫 입맞춤을 하게될지 기대를 모은다.


한재림 감독은 젊은 피다. 2005년 직접 갱 작업에 참여한 '연애의 목적'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 작품으로 한 감독은 제26회 시상식에서 갱상을 받아내며 가장 유망한 신인 감독 겸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연애 이야기로 데뷔했지만, 2006년 '우아한 세계'에 이어 '관상'까지 '인간'이란 새로운 관심사를 찾은 한 감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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