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속 재벌 2세들이 변하고 있다. 최근까지 드라마 속 재벌 2세라 하면 대부분 까칠하고 도도하고 시크한 캐릭터였다. 이런 인물들이 캔디형 여성들을 만나 부드럽게 변하는 것이 한국 드라마 속 재벌남들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부드러운 재벌남들이 서서히 등장하면서 작품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KBS2 수목극 '비밀'의 조민혁(지성)은 초반 복수감에 불타는 까칠한 재벌남의 전형이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연인을 뺑소니로 죽인 강유정(황정음)을 끝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민혁조차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유정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 것. 앞으로 조민혁은 까칠남에서 강유정을 뒤에서 돕는 '집착남'으로 변신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은 '찌질한' 재벌남들의 향연이다. 강태진(김정태)은 재벌남으로 정치에 진출하고 싶어하지만 아내 홍혜정(이태란)만도 못한 능력으로 번번히 철없는 행동만 하고 있다. 강태욱(김지훈)은 전형적인 재벌남인 것처럼 가장했지만 화가 자주 폭발하는 등 '악당'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속 재벌남 캐릭터들이 최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변화는 대부분 '신데렐라 스토리'로 이뤄진 한국의 트렌디 드라마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변화라 호평받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그간 착하고 씩씩한 여주인공이 까칠한 재벌남을 변화시키는 사랑이야기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주를 이뤘다"며 "하지만 최근 변화된 재벌남들의 모습은 여자 주인공 캐릭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착하고 씩씩한 여주인공으로는 재벌남과 '케미'를 이루기 힘들기 때문에 변화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류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천편일률적인 캐릭터가 꼽혀왔다. 때문에 이같은 변화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