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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박신혜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김은숙 작가가 집필을 맡아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SBS 수목극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이 지난 9일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에서 '상속자들'은 청춘물 답게 상큼한 분위기로 전국 시청률 11.6%(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와 함께 박신혜 특유의 '캔디형' 연기도 빛을 발했다. 그동안 박신혜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넌 내게 반했어' '이웃집 꽃미남'등을 통해 '캔디형'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이 분야의 대표 배우(?)처럼 인식돼왔다. 그만큼 차은상 캐릭터는 박신혜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첫 방송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 촬영에서도 친근한 분위기에서 연출을 맡은 강신효 PD와 함께 세심한 부분까지 상의하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과시해 앞으로를 더 기대케 했다.
김은숙 작가의 센스있는 대사도 눈길을 끌었다. 카페 서빙, 치킨 배달, 주방 보조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차은상이 푸념으로 "나에게 허락된 천국은 알바천국 뿐"이라고 외치는 것이나 김탄의 "내가 미국에 온 건 유학이 아니라 유배"라는 대사는 김 작가 특유의 잔재미를 느끼게 하는 대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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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크릿 가든'이나 '신사의 품격'처럼 첫 방송에서 시청자를 휘어잡는 몰입감을 선사하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시크릿가든' 1회에서 주원(현빈)이 이탈리아제 트레이닝복을 입고 길라임(하지원)을 만나러 가는 과정과 만나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는 이들의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첫 방송에서 이미 2회 시청자들을 확보해놨다는 말이다. 이는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만남도 그랬다. 하지만 '상속자들'의 첫 회는 캔디형 드라마의 전형에 그쳤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를 쓰는 김 작가의 신념을 통해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김 작가는 '상속자들' 제작발표회에서 "새롭게 만든 이야기나 새로운 소재가 아닐 경우에는 굉장히 다르고 반 보 앞선, 대중들이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래서 에피소드를 꾸리거나 대사를 쓸 때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그의 말은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강 PD와 김 작가가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최근까지 주로 신우철 PD와 손잡고 작품을 만들어왔다. 김 작가의 대본은 그의 말처럼 "클리셰(진부한 표현) 덩어리"다. 이런 작품에서 특유의 재미를 뽑아내려면 연출자와 작가는 끊임없이 대화해야하고 밤낮 없이 노력해야한다.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이들의 '케미'가 완벽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한국에서 늘 승승장구했지만, 해외에서 한국에 비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부족하다. 때문에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작정한 듯, 아시아에서 통할 수 있는 '영스타'들을 대거 투입했다. '상속자들'이 김 작가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작가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