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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붉은 꽃은 없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산업에 유입된지 20여년, 충무로 절대 강자들이 팽팽하게 그려왔던 '파워 트라이앵글'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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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주목받던 마이너 투자배급사가 2013년 들어 세력의 중심권 안으로 들어왔다. 2년 연속 홈런과 안타를 '빵빵' 날린 덕이다. 2013년 한 해, NEW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겼다. 9월 현재 흥행 20위에 가장 많은 작품(6개)을 올렸다. 이중 '7번방의 선물'이 1280만명을 동원,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7번방의 선물'로 연말 최고흥행상을 예약해놓은 가운데, 명분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했다.
NEW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 영화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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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올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NEW의 투자 관련 행보엔 많은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돈이 몰릴 것 또한 당연한 일로서, NEW가 충무로 파워 '넘버원'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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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징크스 깬 CJ, 이미경 부회장 승부수 통했다
신흥 강자인 NEW의 도발에 맞선 CJ E&M의 통큰 승부수가 빛난 한해였다. CJ E&M으로선 무엇보다 2013년에 대작 징크스를 깨는데 성공했다는데 뜻을 둘 수 있다. '설국열차'와 '베를린' '타워'를 모두 10위권 안에 올리면서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과거 CJ E&M은 '마이웨이'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 등 블록버스터에 과감히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더욱이 '베를린'이나 '설국열차'의 경우, 이미경 부회장이 짙은 애정을 갖고 투자를 결정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내외의 부담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베를린' 촬영 현장을 직접 찾아 배우들과 제작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또한 '설국열차'가 촬영 초기 투자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자 400억원 전액을 CJ E&M에서 책임지기로 하는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비록 개봉에 앞서 해외선판매로 이미 상당 투자금액은 거둬들였으나, 국내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또 한번 대작 징크스에 빠져들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베를린'은 716만을 동원했고, '설국열차'는 9월 현재 1천만 돌파를 향해 힘찬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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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는 상대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등장하는 빈도가 떨어졌다.
쇼박스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가 270만명을 모으면서 화려한 2013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여세를 몰아 '박수건달'이 신들린 듯, 389만명이나 모으는 광풍을 불러일으키면서 1월을 자신있게 열었다.
이 뒤를 잇는 화제작이 바로 터져나오지 않아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으나, 단 한방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평단에선 호불호가 갈렸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극장가를 올킬, 695만이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단 최고 야심작이었던 '미스터 고'의 초라한 성적(132만명)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역전의 용사가 쉽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법. 극장가 최고 성수기라는 추석 시즌에 '관상'을 딱 내놓았다. 스타 감독('우아한 세계'의 한재림)에 스타 배우(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가 포진해 있어, 추석 극장가 흥행 1위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석 여진구 주연의 '화이'나 최승현 윤제문 조성하가 출동한 '동창생' 등 이어지는 라인업도 쇼박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기대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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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