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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비즈]단언컨대, 충무로 권력이동은 지금부터! 한국영화산업, 절대강자가 바뀌었다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3-09-09 15:25 | 최종수정 2013-09-10 07:51



열흘 붉은 꽃은 없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산업에 유입된지 20여년, 충무로 절대 강자들이 팽팽하게 그려왔던 '파워 트라이앵글'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했던 뉴(NEW)의 화려한 급부상이 2013년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절대 강호들의 움직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지각 변동, 어디까지 온 것일까. 2013년 박스오피스를 통해 영화산업의 세력 재편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다크호스 넘어서 절대강자로 우뚝 선 NEW

지난해만 해도 주목받던 마이너 투자배급사가 2013년 들어 세력의 중심권 안으로 들어왔다. 2년 연속 홈런과 안타를 '빵빵' 날린 덕이다. 2013년 한 해, NEW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겼다. 9월 현재 흥행 20위에 가장 많은 작품(6개)을 올렸다. 이중 '7번방의 선물'이 1280만명을 동원,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7번방의 선물'로 연말 최고흥행상을 예약해놓은 가운데, 명분에서도 절대 우위를 점했다.

NEW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르 영화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작품은 흔히 말하는 흥행이 보장되는 카드가 아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영화적 신념 속에 과감히 투자를 결정해야하는, 어찌보면 리스크가 큰 작품들이다. 5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9월 현재 흥행 순위 7위에 오른 '감시자들'이나 '숨바꼭질' '신세계' '몽타주' 모두 그렇다.


특히 스릴러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숨바꼭질'의 경우, 소위 스타 파워를 기대하기 힘든 영화였다.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해있지만, 이들은 극장가 메인 타깃이라고 말해지는 20대가 환호할 만한 스타성과는 거리가 있다. 감독도 신인이었고, 여러모로 시사회 분위기는 좋지만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될 영화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반전 결과를 나았고,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선 "NEW에 흥행 귀신이 붙었다"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서 내년까지 NEW의 투자 관련 행보엔 많은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돈이 몰릴 것 또한 당연한 일로서, NEW가 충무로 파워 '넘버원'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대작 징크스 깬 CJ, 이미경 부회장 승부수 통했다

신흥 강자인 NEW의 도발에 맞선 CJ E&M의 통큰 승부수가 빛난 한해였다. CJ E&M으로선 무엇보다 2013년에 대작 징크스를 깨는데 성공했다는데 뜻을 둘 수 있다. '설국열차'와 '베를린' '타워'를 모두 10위권 안에 올리면서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과거 CJ E&M은 '마이웨이'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 등 블록버스터에 과감히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더욱이 '베를린'이나 '설국열차'의 경우, 이미경 부회장이 짙은 애정을 갖고 투자를 결정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내외의 부담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베를린' 촬영 현장을 직접 찾아 배우들과 제작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또한 '설국열차'가 촬영 초기 투자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자 400억원 전액을 CJ E&M에서 책임지기로 하는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비록 개봉에 앞서 해외선판매로 이미 상당 투자금액은 거둬들였으나, 국내서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또 한번 대작 징크스에 빠져들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베를린'은 716만을 동원했고, '설국열차'는 9월 현재 1천만 돌파를 향해 힘찬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올해 박스오피스는 CJ E&M에 흥행 성공 이상의 큰 의미를 준다. 너무나 영리한 봉준호 감독과 충무로 최고 스타인 송강호가 버티고 있지만 '설국열차'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의 만남, 그리고 어마어마한 컴퓨터 그래픽 등 결코 통제될 수 없는 변수가 수만개였다. 대기업 자본이 아니면 꿈도 꿔보지 못할 불가능한 작품이었던 것. 이러한 불확실성의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20여년 정상의 위치를 지켜온 CJ E&M의 선택이 주효했던 것. 과감한 투자와 판단이 결과적으로 한국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 시도로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명불허전 그리고 패기어린 승부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는 상대적으로 화제의 중심에 등장하는 빈도가 떨어졌다.

쇼박스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가 270만명을 모으면서 화려한 2013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여세를 몰아 '박수건달'이 신들린 듯, 389만명이나 모으는 광풍을 불러일으키면서 1월을 자신있게 열었다.

이 뒤를 잇는 화제작이 바로 터져나오지 않아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으나, 단 한방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평단에선 호불호가 갈렸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극장가를 올킬, 695만이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단 최고 야심작이었던 '미스터 고'의 초라한 성적(132만명)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역전의 용사가 쉽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법. 극장가 최고 성수기라는 추석 시즌에 '관상'을 딱 내놓았다. 스타 감독('우아한 세계'의 한재림)에 스타 배우(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가 포진해 있어, 추석 극장가 흥행 1위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석 여진구 주연의 '화이'나 최승현 윤제문 조성하가 출동한 '동창생' 등 이어지는 라인업도 쇼박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기대작들이다.


롯데 또한 상반기 다소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를 한방에 만회했다. '더 테러 라이브'가 500만명을 가뿐히 넘기면서 모드 전환에 성공한 것. 롯데는 하반기 화제작의 개봉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어, 결코 세력권에서 주변부로 밀리지 않을 태세다. 설경구가 이준익 감독과 손을 잡은 '소원'이나 곽경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친구 2' 등이 2013년 롯데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줄 작품들이다.


한편 기존 메이저사들과는 또다른 배급 해법을 내놓은 회사들의 패기어린 행보가 눈에 띈다.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으로 인해 무산 위기를 여러번 넘겼던 '26년'은 청어람과 인벤트스톤이 직접 배급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감기' 또한 막판에 CJ의 배급망을 접고, 정훈탁 대표의 아이러브시네마가 직접 배급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기도. 이 영화의 제작사인 아이러브시네마는 블록버스터의 와이드 개봉에 도전하면서, 나름 주목을 받았다. 절대강자가 독식하기 마련인 한국 배급 시스템의 현실적 어려움을 뚫고 충분히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이들이 2014년 영화산업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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