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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고', 뻔한데 아는데 울면서 본다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7-08 17:17



영화 '미스터고'가 베일을 벗었다.

8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미스터고'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미스터고'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만든 김용화 감독의 작품으로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사실 영화 구조 자체는 뻔하고 단순하다. 웨이웨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진 빚으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캔디형 소녀'다. 빚을 갚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한 그의 곁에는 동물이지만 웨이웨이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고릴라 링링이 함께 한다. '고릴라를 야구단에 입단시킨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링링과 웨이웨이를 한국에 부른 주인공은 바로 성충수(성동일). 오로지 돈만 아는 인물이다.

인물 설명만 보더라도 '주인공과 고릴라가 갈등과 역경을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서 최대 라이벌에게 승리를 거두고 진정한 우정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돈만 알던 에이전트 성충수 역시 주인공과 고릴라의 우정에 감동받고 인간적으로 변한다'라는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은 이 뻔하고 많이 봐왔던 이야기를 특유의 유머와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살려냈다.

제작진은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을 컴퓨터 그래픽화 하는 모션 캡처, 페이셜 캡처 등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해 링링의 모습을 현실화 했다. 또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털 제작 프로그램 '질로스 퍼'를 개발, 사실감 있는 고릴라를 만들어냈다. 특히 페이셜 캡처 기술 덕분에 링링의 감정이 리얼하게 얼굴에 드러나 몰입도를 높였다. 100% 3D 리그 카메라로 촬영, 한국 영화 최초 리얼 3D에 도전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섬세한 프리프로덕션 작업과 할리우드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장비 및 후반 시스템을 확보, 생생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고릴라가 걷어내고 던져대는 파워 야구공에 놀라 움찔하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드라마가 살아있다는 점은 김용화 감독만의 강점이다. 극이 무거워질때면 어김없이 "우리 링링이가 6000만 원짜리 난을 쳐드시고 계세요"라는 등 성충수의 구수한 대사, "돈을 빌린 것도 너고 갚지 않은 것도 너인데 왜 내가 악당이 돼야하냐"며 울고 짜는 사채업자 등이 등장해 웃음폭탄을 선사한다. 그런 가운데 성충수, 링링, 웨이웨이를 둘러싼 이들의 갈등과 변화가 보여지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김용화 감독은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기술적인 영화를 하다 보니 그거에 현혹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는데 시나리오 단계에서 '누구의 시점으로 보더라도 모두 적당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그게 내 이번 영화의 미덕이 아닌가. 그걸 잃지 말자'는 생각에서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는 재미말고는 아무것도 없는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인간은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욕망하고 갈등하고 배신하다 비운에 가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거 말고 다른 가치가 보여졌으면 좋겠다. 그런 감정으로 영화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이 아무것도 안보이는 심연 속에서 시작한 영화다. 영화 말고도 얻은게 맞다. 자신감도 생겼고 모험은 끝까지 해야 한다는 미덕도 알았다. 어린 친구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이 영화 보시면서 '한국이 이런 영화도 할 수 있네'하는 그런 자랑스러움 느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동일은 "4년 넘게 고생하셨다. 영화에 너무 재밌기 때문에 굳이 꼭 봐달라고 말씀드리겠다. 우리 애 셋의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전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많이 도전했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지진 등 중국의 안좋은 상황들이 영화에 많이 보여지지만 사실 아름다운 곳들도 많다. 기회가 되시면 그런 부분들도 봐주셨으면 한다. '미스터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미스터고'는 17일 개봉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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