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의 횡포에 기획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엠카운트다운'이 방송되는 요일은 매주 목요일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수요일에는 MBC 뮤직 '쇼! 챔피언'이 방송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소속 가수들의 무대를 한 곳이라도 더 많은 데서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므로 '쇼! 챔피언'을 시작으로 컴백 무대를 꾸미고 싶다. 그러면 수~일요일까지 방송에서 가수들의 무대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엠카운트다운'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쇼! 챔피언'에서 컴백무대를 한다면 '엠카운트다운'에는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속편하게 '엠카운트다운'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MBC 뮤직은 MBC 자회사이기 때문에 '쇼! 음악중심' 관계자들이 '쇼! 챔피언'도 연출하는 일이 잦기 때문. '엠카운트다운'의 비위를 맞추려면 지상파인 MBC의 심기를 거슬러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다른 방송사에서는 소속사 다른 스타들이 자사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준다면 컴백 일정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눈감아 주는 식이지만, 유독 '엠카운트다운'만큼은 그렇지 않아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 요즘 들어 '엠카운트다운'이 해외 공연도 많이 하고, 또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해외에서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보다 인지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심하다. 현장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우리끼리 연합을 만들어서 보이콧이라도 해볼까'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젠 팬들도 마음대로 조공조차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방송사에서 직접 팬들에게 언제, 어디로, 무엇을, 얼마만큼 조공할 것인지 지시한다는 것. 실제로 한 배우는 케이블 드라마 촬영 중 그를 지켜보는 팬들 때문에 큰 꾸지람을 들었다. 이에 팬들은 시원하게 밥차를 쐈고, 그 이후로 팬들의 촬영 관람은 프리패스가 됐다. 또 다른 한 스타는 방송사에서 팬들의 조공 일정을 전해 듣고, 이를 변경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의 팬들과 조공이 겹친다는 이유다. 한 아이돌 그룹은 방송사에서 원한 밥차가 아닌 도시락 조공을 받았다가 싫은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또 팬들의 조공을 비교하며 "누구 팬들은 이런 걸 해왔던데"라고 비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조공을 하고 말고는 팬덤의 권한이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직접, 혹은 소속사를 통해 지령을 내린다는 건 스타의 인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일종의 착취다. 더욱이 지나친 조공이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방송사가 오히려 조공을 부추기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