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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시인, 두번째 시집 '쌍칼이라 불러다오' 출간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6-23 16:34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버둥대는 현대인의 애환을 시로 표현해온 윤성학 시인이 그의 두번째 시집 '쌍칼이라 불러다오'를 출간했다.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06년 첫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를 펴낸 지 7년 만이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생의 부조리와 생활의 균열, 매일을 꼬박꼬박 살아내는 직장인의 비애를 소재 삼아 때로는 관조로, 때로는 익살로 끌어간다.

첫 시집에서 "권법 없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이곳"을 살아내기 위해 "강하게 파고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오는" 당랑권을 택했다면, 이번엔 "일말의 동요도 없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대의 중심 깊숙이/ 두 개의 칼날을 밀어넣"고 "아무 표정 없이 들어올"려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리는 지게차의 "쌍칼"과 그 작동에서 "결투의 원리"를 배운다.

그러나 '쌍칼'이 '두목'이 되는 법은 없는지라, 결국 "오늘도 끝내 누구와도 마주서지 못"한 채 "자신의 몸을 세워둘/ 네모 칸 하나 찾아가는 일"('57분 교통정보')이 전부인 게 우리네 일상이다. 이렇듯 희화된 삶의 풍경은 시인의 눈으로 본 생활인의 모습, 생활인으로 살며 발견한 시적인 순간들에서 빚어졌다.

강에 갔다가 돌아옵니다

돌아오기 위해서도 사람들은 앞으로 걷습니다


흘러간 날들의 내가

나를 불러 돌아서는데

뒷걸음이지만 나는 가까스로 앞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강습(江習)' 부분

온천물에 뛰어드는 눈송이를 보라 지난 세기 자살공격 비행단은 극명한 목표가 있었다 돌아오지 않기 위해 먼 길을 가본 자는 안다 이 눈송이들의 투신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한세상 뛰어들어도 온천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고 물은 식지 않는다

눈을 떴다 이 섬은 희고 청한하다 무리 중 누군가 무의미를 무의미라 말한다 나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미는 어디까지 의미 있는지 잠시라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의미인지 무의미인지 아름다움은 누가 규정하는지 묻지 않았다

―'자살공격 비행단' 부분



'흘러간 날들'의 부름에 돌아서서도 우리는 '앞으로' 걸어야 한다. 그런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강처럼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을지. '한세상 뛰어들어도' 바뀌는 것 없는 투신에 우리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이렇듯 "해를 등지고 저의 그림자를 경작하는 자의/ 뒷모습은 환하면서 외롭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의 앞섶은 그리하여 어"둡지만(「평범경작생」), 황현산 평론가가 해설에서 언급했듯 그것은 적어도 '희망 없이 경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시는 희망 없는 것들이 유일한 희망이 되는 어떤 비밀한 시간에 대한 알레고리가 아니던가"라고 반문한다.

윤성학 시인은 "모든 시는 나무로부터 오는 것, 화석이 되어서라도 이 지구에 남을수 있을까. 두번째 첫 시집이라고 말해본다.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들이 그립다"고 후기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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