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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관저와 경복궁 후원의 비밀…김다은 장편 '금지된 정원'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3-04-03 17:48





'조선총독부 관저는 왜 경복궁 후원에 지어졌을까?'

작가 김다은씨의 장편소설 <금지된 정원>(곰)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소설의 시작과 중간과 결말을 모두 아우른다. 범상치 않은 사연과 비밀이 들어있을 법하다. 작가는 이 까다로운 비밀의 해답을 풍수지리의 관점에서,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나라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바람직한 통치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소설을 읽기 전에 약간의 사전 지식을 알아두자. 경복궁 후원에 지어진 총독 관저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미 군정기에는 군정사령관의 거처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되다가 1993년에 철거됐다. 그 자리에 '수궁터'가 들어섰다. 민족 정기를 바로잡고 자긍심을 되살린다는 의미였다. 현대사의 곡절이 담긴 장소이다.

<금지된 정원>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팩션이다. 그런데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적인 재미를 가미한 대부분의 역사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 거의 모든 인물과 사건이 실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왕실의 태항아리 수거령은 1920년대 후반에 있었던 사건이다. 태화관 기생 명월의 자궁을 도려내 실물 표본을 만든 생체실험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풍수에 대한 지식, 방대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작가는 "조선 문화를 통째로 왜곡시켰던 일본의 문화통치의 실상을 고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이 소설이 역사적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한다.

소설은 조선 총독이 관저를 짓기 위해 명당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부임하자마다 폭탄테러를 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을 영원히 지배하려는 야욕도 갖고 있다. 총독은 조선 최고의 풍수사 김 지관을 찾는다. 김 지관은 지관과 백성의 본분 사이에서 갈등한다. 지관으로서는 '명당 중의 명당'을 찾아야 마땅하지만, 조선 백성으로서는 '흉지 중의 흉지'를 골라야 한다. 그것도 경복궁 안에서 선정해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소설에서 다른 인물들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반면 김 지관은 줄곧 '지관'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서 그는 조선의 '지관들', 나아가 백성들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조선 총독과 지관들의 두뇌싸움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순종의 태 무덤에서 하복부가 사라진 미녀의 사체가 발견된 사건은 소설의 또 다른 축이다. 일본 형사들이 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는데, 그 결과 총독의 엄청난 음모가 드러난다. 풍수와 태항아리 사건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조선과 일본, 지관과 총독의 숨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김 지관은 총독 관저로 경복궁 후원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뭘까. 여기에 <금지된 정원>의 테마가 있다.

김 지관은 아버지의 유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는 총독에게 한양의 지세가 전체적으로 자궁 모양인데, 경복궁 후원이 자궁의 급소라고 설명한다. 생명과 기쁨의 땅이다.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 뒤쪽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오직 주인만이 생기를 누릴 수 있다. 왕만이 차지할 수 있는 땅으며, 그래서 '금원(禁園·금지된 정원)'이다. 그렇다면 일본인 총독은? 이에 대한 김 지관의 설명이 소설의 핵심이자 반전이다.

소설 후반에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나온다. '임금이 경복궁에 머물면서 금지돤 정원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면 그 땅은 천하제일복지였을 것이다. 게다가 백성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방법을 터득한 왕이 그 땅의 기운을 받게 된다면 세계적인 위대한 인물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310쪽). '청와대 터가 안 좋아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불운하다'는 속설과 연결해서 읽으면 흥미롭다. 터의 문제가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금지된 정원>은 구성 면에서도 독특하다. 모두 4부로 되어 있는데, 모두 인물의 이름을 내세워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즉 인물과 인물의 행동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인물 시퀀스가 모여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것과 비슷해서, 영화를 보듯이 읽어도 좋다. 중간중간 삽입된 지도들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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