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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김태희, 주다해가 아닌 캔디?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3-03-26 13:55 | 최종수정 2013-03-26 14:30



'세상에 버려진 노비의 딸, 장희빈(김태희)'

'조선의 절대군주, 숙종(유아인)'

SBS 새 월화드라마 장옥정의 두번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티저영상에서는 장희빈과 숙종의 멜로라인을 부각시키는 강렬함이 돋보였다. 김태희는 생기발랄의 이면에 원대한 욕망이 꿈틀대는 장옥정을, 유아인은 강렬한 눈빛속에 절대 왕정을 꿈꾸는 야망과 패기의 숙종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월화드라마 야왕의 후속작, 김태희-유아인 주연의 '장옥정'은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나인으로 궁 생활을 시작하는 장옥정(김태희)을, 뛰어난 패션감각과 재능을 가진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로 접근하여 엄격한 신분제에 얽히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그녀의 삶과 사랑, 권력을 담아낼 예정이다.

조선시대 패션디자이너 장희빈? 성적 매력외에 패션에도 특별한 감각으로 성공했던 알파걸? 상당히 어색함을 낳는다. 이유는 '인현왕후전'에 언급된 실존 인물 장희빈은 희대의 팜므파탈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의 인식속에 장희빈이란 캐릭터는, 숙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권력의 중심에 서고자 했던 요부이자 욕망의 화신이었다. 악녀였다. 드라마 야왕의 주다해(수애)같은.

역사가 장희빈을 그렇게 평가한다. 그동안 수차례 장희빈을 다뤄왔던 드라마도 이에 충실했다. 하지만 드라마 장옥정이 반기를 들고 장희빈을 재해석했다. 정치적 야욕에 올인한 표독한 팜므파탈이 아닌, 역관인 아버지와 최하층 계급인 천민 노비를 어머니로 두었음에도, 신분의 굴레에 함몰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장옥정의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즉 팩트와 상상을 조합한 원작소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토대로 한 팩션드라마가 장옥정이다.
그래서 드라마 장옥정을 주목하는 것이다. 만일 장옥정이 기존의 장희빈을 답습한다면, 기대감은 반감됐을 것이다. 재방송을 굳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옥정은 단순히 장희빈의 성적 매력이나 권력욕에 매몰된 악녀의 포스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장희빈도 사랑에 목숨을 걸 줄 아는 순수했던 여자. 천한 신분을 극복하기 위해 패션디자이너로 성공을 꿈꾼 진취적이고 능력있는 업그레이드 캔디.

비단 장희빈 뿐 아니다. 숙종은 장희빈과 인현왕후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나약한 왕의 이미지를 벗고, 백성을 위해 왕권강화를 도모하는 카리스마를 앞세운다. 장희빈과 대척점에 선 인현왕후(홍수현) 또한 유약함이나 자애로움이 부각되기 보단, 장희빈을 질투하고 시기하며 강하게 부딪히는 능동적인 태도를 겸비할 예정이다.

이렇듯 드라마 장옥정의 주요캐릭터만 놓고 보면, 장희빈이 줄 수 있는 식상함이 파괴될 뿐 아니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희빈은 일반적인 팜므파탈에서 벗어나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려는 현대여성의 롤모델로 부각될 수 있고, 절대 왕권을 꿈꾸는 숙종 이순은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도를 연상시킨다. 백성을 위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려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왕의 캐릭터는 전통적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흡인력을 갖는다.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스타성과 인지도가 매우 높은 김태희가 타이틀 롤이다. 표독스런 장희빈의 색깔을 죽이고, 건강함을 덧칠하기에 적절하다. 여기에 '성균관스캔들' 걸오 유아인의 연기력 또한 야망이 넘치는 젊은 숙종을 연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현왕후 홍수현은 드라마 '공주의남자' 경혜공주를 통해 강한 인상과 존재감을 남겨 기대감을 부풀린다. 성동일을 비롯한 조연진도 안정감을 준다. 걸그룹 카라 출신의 한승연은 연기력에 따라 초반 이슈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아, 드라마홍보엔 득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장옥정'에 불안요소는 없을까. 최근 사극드라마가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한다. 마치 슈퍼스타K를 비롯한 오디션예능이 흥하자, 방송사마다 오디션예능을 토해 오디션시장이 몰락중인 것과 흡사하다. 사극드라마의 미다스손으로 불리는 이병훈PD의 '마의'조차 시청률 20%내외에 머무를 정도로 우후죽순 쏟아진 사극드라마는, 안방에서 영향력이 떨어지고 피로도를 높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새월화드라마 경쟁에서 김혜수의 '직장의신'이 장옥정-구가의서 사극라인에 위협적인 복병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장옥정의 성공을 예감한다. 이유는 바로 위에 언급했듯이 '장옥정'이 기존의 장희빈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배경, 틀을 완전히 해체한 것은 아니다. 같은 팩션이라도 신의-닥터진처럼 '타임슬립'이란 장치로 시공간을 초월해 인물과 역사를 재해석하고, 주인공에 의한 변화의 여지를 남기는 판타지를 쫓기 보단, 장옥정은 실존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별성을 토대로 역사적 배경과 개연성을 쫓는다.

팩션사극 장옥정은 '마의'나 '공주의남자'와 접근법이 유사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공주의남자'는 정치적 숙적이었던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두 자녀 이세령(문채원)과 김승유(박시후)의 사랑이야기다. 김승유-이세령이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포장되는 과정에서, 계유정난과 같은 역사의 큰 흐름을 쫓을 뿐, 판타지로 혼란을 가중하지 않는다. 아무리 캐릭터가 업그레이드되더라도, 해당캐릭터가 가져올 결과물은 역사적 배경에 철저히 종속되도록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 장희빈이 '패션'에서 화두를 시작해도 결국 '정치'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고정된 캐릭터도 역동성을 가지고 변화할 수 있지만, 사극이란 장르, 역사적 배경에 '판타지'란 조미료가 많이 첨가될수록, 일반 시청자는 몰입도가 떨어지고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다행히 장희빈이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숙종과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건 캐릭터의 다양성, 변화의 측면에서 공감 혹은 친근감를 떨구거나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그녀의 권력욕마저 뭉개버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드라마 장옥정의 성공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안방에서 수차례 검증된 장희빈이란 매력이 충만한 실존 인물에, 캐릭터도 팜므파탈에서 패션계의 알파걸로 추가업그레이드됐고, 김태희란 배우가 보여줄 색다른 장희빈도 상당한 관심을 유발한다. 로맨스의 비중도 한층 강화돼, 자칫 고루하기 쉬운 사극분위기에 밀당과 생기라는 리듬을 타기에 효과적이다. 단지 아역이 이끌어가게 될 장옥정의 초반부가, 만만치 않은 경쟁작 '직장의신-구가의서'와 과연 균형을 맞출 수 있는가에서, 첫번째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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