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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호 "가수는 오랜 꿈이 아닌 원래 내 모습"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3-26 08:25


사진제공=IMX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노래에 마음을 빼앗겼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의 노래인지 찾아보다 뜻밖의 이름에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 김영호가 그렇다. "이 노래를 부른 김영호가 내가 아는 김영호인 줄 몰랐다." 동료 배우들이 그에게 자주 하는 얘기다.

우리가 아는 '배우' 김영호가 첫 번째 미니앨범을 냈다. 절친한 친구인 부활 김태원은 그를 위해 타이틀곡 '그대를 보낸다'를 선물했다. 록발라드 선율에 실린 김영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귀에 감긴다. 흥얼거리듯 노래를 들려주는 그의 까칠한 턱수염도 더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번 음반을 못 다 이룬 꿈을 위한 '한풀이'쯤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김영호의 말마따나 음반 제작 비용이 한두푼도 아니고, 더군다나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수로 변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음악은 도전이 아니라 '회귀'다. 원래 김영호는 배우이기 전에 뮤지션이었다. 음반을 낸 이유도 "말보다 노래가 편해서"라고 했다. 지난해 캐스팅된 드라마의 제작이 무산된 것이 그동안 미뤄뒀던 음반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사실 쇼케이스를 앞두고 무척 조마조마했어요.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어쩌나 싶었죠. 그런데 호평을 해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영화를 15편 정도 개봉했는데 이렇게까지 호의적인 반응은 처음 경험합니다. 제가 라이브에선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진제공=IMX
김영호는 스무살부터 서른한살까지 충북 청주에서 음악을 했다. 요샛말로 하면 '인디뮤지션'이다. 통기타 하나 들고 여러 무대에 올랐다. 청년 김영호가 활동하던 '8090' 그 시절, '대전엔 신승훈, 청주엔 김영호'라는 표현이 있었을 정도였다. 팬클럽도 400~500명이나 됐고, 소년소녀 가장 돕기 길거리 공연도 7년간 했다. 밴드를 결성해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본선에 오른 적도 있다.

그러다 한 극단의 연극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극단의 제안을 받아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이미 서른 초반 나이였다. 음악을 접고 연극에 전념했다. 이후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명성왕후'에 캐스팅돼 오랫동안 공연을 했고, 영화 '태양은 없다'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바보 같은 사랑'으로 큰 주목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20대엔 제가 계속 가수로 살 줄 알았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음악이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니까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왔죠. 선배들이 '너는 연기 안 하는 것처럼 연기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음악 활동 덕분인 것 같아요."

김영호의 주변에는 김태원 외에도 뮤지션 친구들이 많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기타리스트 박주원, 지휘자 서희태는 그의 목소리에 '설움'이 있다면서 그를 격려했다. 그는 젊은 시절 국악도 배웠고, 요즘엔 재즈와 블루스 음악에 심취해 있다. 모두 슬픔의 정서가 짙은 장르다. 묵직한 그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들리는 건 그래서일 게다. 이번 앨범은 배우이면서 가수인 김영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다음 앨범엔 히트 작곡가 하광훈과 곡 작업을 할 예정이다. 가을엔 소극장 콘서트도 연다. 이뿐만 아니다.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 연출에도 나설 예정이다. 물론 그 영화의 주연도 맡는다. 곧 그가 참여한 사진전시회도 열린다. 지난해엔 시집도 출간했고, 하정우 구혜선 등과 그림 전시회도 가졌다. 그야말로 '전방위 아티스트'다. 너무 놀라워 혀를 내두르니 그는 "10년 넘게 기러기아빠로 혼자 살면 다 할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I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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