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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한국 감독에게 열광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영화의 본고장으로 꼽히지만 비영어권 감독, 특히 아시아권 감독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곳이었다. 중국어권의 오우삼, 서극, 당계례 등 당대 홍콩 감독들도 90년대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진 못했고, 태국 일본 등에서도 많은 영화감독들이 쓴맛을 봤다. 한국에서도 이두용 감독, 이명세 감독, 강제규 감독 또한 오랜 시간 할리우드 진출을 타진했으나 큰 소득은 없었다. 한국-뉴질랜드 합작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에 참여한 이승무 감독, '라스트 갓파더'의 심형래 감독이 극장 개봉에 성공한 정도다. 그런데 할리우드가 최근 한국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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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김지운 감독은 영화 '라스트 스탠드' 연출을 맡아 '할리우드 액션 아이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호흡을 맞췄다. '라스트 스탠드'는 북미 흥행 성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LA타임즈 등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며 김지운 감독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박찬욱 감독도 니콜 키드먼, 미아 바시코브스카 등이 출연한 '스토커'를 통해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스토커'는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후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 해외 언론들의 극찬을 받아내며 최대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 역시 '설국열차'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설국열차'는 개봉 전부터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북미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영어권 국가 배급권을 확보한 데 이어,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동유럽 남미 스칸디나비아반도 동아시아 등 전 세계 거점 국가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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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한국 감독의 강세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앞으로도 할리우드가 한국 감독을 발굴해 영화를 제작하는 풍토는 계속될 것 같다"고, '스토커'의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미국이나 다른 영화 업계에서 한국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 역시 "미국 업계 종사자들은 너무나 한국 영화를 잘 알고 있다. 우리 셋(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뿐만 아니라 김기덕 이창동 류승완 등도 잘 알고 있고, 전작을 본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이다. 미국 영화 산업에 길들지 않은, 새로운 시각과 연출을 원한다는 것.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할리우드는 항상 새로운 비전이나 스타일을 가진 재능있는 감독을 찾고 있다. 영화는 글로벌한 산업이다. 감독의 출신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 김지운 감독 뿐 아니라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같은 맥락에서 발탁된 것 같다"고 밝혔다. 미아 바시코브스키 또한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게 어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두번째로는 대담함을 꼽을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그쪽(할리우드) 사람들 말로는 용기가 있다, 대담하다고들 한다. 겁내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게 없고 밀어붙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 모두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인물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절제된 미학을 대담하게 표현해내는 점이 강한 팬덤을 형성하는 배경이 됐다는 것.
장르 영화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한국과 할리우드의 공통점은 아트 무비보다 장르 영화, 상업 영화가 더 큰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그에 따라 얘기가 전개된다. 이런 부분을 할리우드에서도 친숙하게 느낀 것 같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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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의외로 의사소통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전문 통역관이 있기에 큰 무리없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감독과 호흡을 맞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미아 바시코브스카 모두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김지운 감독은 "통역을 하면 말을 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또 간단한 말도 진중하게 다가와 주의를 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언어 때문에 불편한 건 거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히려 시스템 적응이 가장 큰 숙제다. 한국 영화계는 감독이 절대 권력을 가진다. 촬영 현장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반영시킨다거나,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 모두 감독 권한이다. 조감독 또한 감독의 아이디어를 스크린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다. 반면 할리우드 시스템은 다르다. 할리우드에서는 감독, 배우, 제작자, 스튜디오가 균등한 권력을 갖는 구조다.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스튜디오와 제작자의 컨펌을 받아야 하고, 세부 사항 하나라도 조율을 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컷 수 안에서, 협의가 이뤄진 예산을 넘지 않도록 촬영을 마쳐야 한다. 정반대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 모두 할리우드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을 묻자 "시스템 적응"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뚜렷한 비전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정말 많은 사람이 LA나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서 성공하길 원하지만 소수만이 성공한다. 제일 중요한 건 목표가 확실해야 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또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은 없다. 계속 노력하고 실패하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