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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팀 탈퇴?'
선예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선예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선예는 당분간 가정생활에 충실할 예정이며 다른 멤버들은 개인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예와 비슷한 또래 걸그룹 중에도 '품절녀'가 탄생할 수 있을지, 또 '유부 걸그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는 사실 미지수다.
이에 걸그룹 소속사 관계자 10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했다. 과연 결혼한 걸그룹이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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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소속사 관계자 10명 중 7명은 결혼한 멤버의 활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어떤 컨셉트의 걸그룹인지, 멤버들의 연령대가 어떤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결혼하면 걸그룹으로서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걸그룹은 만인의 연인이어야 한다. 상큼발랄하거나 섹시한 매력을 뽐내며 남성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그런데 결혼한 멤버는 "'한 남자의 여인'이란 이미지가 강해 정서상 걸그룹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미혼인 멤버들과 같은 느낌을 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또 팬덤은 노래나 춤뿐만 아니라 특정 멤버가 가진 캐릭터와 이미지를 함께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이 인기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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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결혼한 멤버가 없이 팀을 유지하거나, 보컬 랩 댄스 비주얼 등 팀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멤버로 교체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다.
물론 결혼했다는 이유로 해당 멤버를 제외한다면 팀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고, 팬덤의 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기에 민감한 사안이긴 하다. 이에 관계자들은 "결혼한 멤버를 무작정 은퇴시키기 보다는 예능이나 연기 쪽으로 전향시켜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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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신들이 키워온 걸그룹 멤버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어떠할까?
민감한 질문에 모두 "개인의 행복이 달린 문제이기에…"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결국 반수가 넘는 6명의 관계자가 "일단 말린다"고 답했다.
한 그룹을 키우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용,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해당 멤버의 비전과 다른 멤버들을 위해 우선은 말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결혼은 개인의 행복이니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친구의 상황과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돌이기 때문에 결혼 이후엔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그 친구가 가수로서의 포부와 열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말리고 싶다. 또 솔로 가수라면 모를까, 어릴 때부터 공통의 목적을 갖고 함께 고생해 온 다른 멤버들이 있기에 팀에 타격을 주면 안 되므로 우선은 말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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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결혼 후 대중의 반응에는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변화가 당사자에게 꽤 가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충고는 해줄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이란 중요한 사안을 쉽게 정했을 리도 없고, 본인이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라면 존중한다. 또 결혼 적령기의 멤버들에게 '결혼을 하지 마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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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속사들은 표준계약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계약서에 결혼 관련 조항을 명시하진 않고 있다. 전속 계약을 체결할 때 짧게는 5년, 보통은 7년 이상을 잡는데 그동안 결혼을 금지한다면 개인적인 사생활을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데뷔 초 멤버들의 비전과 인생 목표 등에 대해 확실하게 소통하고, 신변상의 큰 변화에 대해서는 사전에 논의하도록 한다.
하지만 연애 문제까지가 협의할 수 있는 한계점이다. 즉, 걸그룹 멤버가 돌연 결혼을 선언하더라도 소속사에서는 구속할 수 있는 명분도 힘도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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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이돌 그룹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영적인 부분의 기대 매출과 성장성을 생각한다면, 또 멤버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일정 나이 전까지의 결혼 금지 조항은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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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의 수명은 유한하다. 그래서 가수로서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뒤에는 예능이나 연기 쪽으로 눈을 돌린다.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제 길을 찾았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 정도면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고 데뷔 7~10년 차가 되면 팀도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 연예계나 자신의 생활에 안정을 찾을 시기라 생각되므로 이 시기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