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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에 정치권에서는 각종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공약'이라는 단어는 주로 정치인들이 쓰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이 아닌 곳에서도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바로 연예계에서 말이다. 공약의 시작은 '선의'였지만 최근에는 억지로 떠밀려 공약을 내거는 스타들도 많다.
하지만 그 이후 공약은 음반을 발표하는가수들은 물론이고 개봉하는 영화가 있는 배우들이 당연히 내세워야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이효리 버스커버스커 손예진 황정민 엄태웅 고아라 이민정 신현준 등 음악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공약들이 남발됐다. 급기야 대중들은 작품보다 공약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젠 무조건 걸어야해?
지난 14일 KBS2 수목극 '전우치' 제작발표회에서는 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라운드 인터뷰를 하며 취재진이 "공약을 내걸어라"고 주문하자 이희준은 잠시 고민하다 "시청률 20%를 넘으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도술을 부리는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차태현은 특유의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사실 시청률이 바란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도 500만 공약을 내걸었지만 491만 관객동원으로 끝나서 아쉽게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취재진의 계속된 종용에 "아무거나 말해줘라. 시청률 20%가 넘으면 흥행이라던데 20%가 넘으면 뭐든 못하겠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쯤되면 공약을 강요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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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최근에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누가 원한 것도 아닌데 억지 공약들이 마치 꼭 해야하는 것처럼 등장하는 것. 문제는 이 공약들이 이제 스타들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목표를 넘어서지 못하면 상관없지만 공약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배우나 가수들이 새 작품을 내놓기전 미리 공약부터 만들어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팬들과 취재진들의 강요에 의해서 말이다.
배우 A의 소속사 관계자는 "요즘은 작품을 소개하는 공식 행사 자리에 서면 대부분 '어떤 공약을 내걸거냐'는 질문을 받는 것 같다. 그래서 아예 미리 배우와 상의해 공약을 만들어가는 기획사도 많다고 들었다"라며 "공약을 만들 땐 너무 하기 어려운 공약을 배제하고 너무 쉬워 보이는 것도 빼는 작업을 한다. 하다 보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고초를 토로했다. 스타들이 진심에서 "이렇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말처럼 억지로 공약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