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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13회에서, 마의에서 인의가 되고자 하는 백광현(조승우)의 의생선발시험 도전기가 펼쳐졌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반집 자제들이 지원하는 의생선발시험에, 전직이 마의라는 이유로 광현은 원서접수조차 쉽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가 마의였던 이명환(손창민)조차, 백광현의 도전을 불쾌하게 생각했고, 지원 자격을 천민에게까지 열어놓은 의생선발제도에 강력 반발했다.
이에 의생선발제도를 부정부패의 고리였던 추천이 아닌 시험으로,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고 지원 자격을 확대한 수의 고주만(이순재)은, 마의출신이라고 해서 의생시험에 도전 못할 이유는 없고, 오히려 아픈 동물을 다뤄 본 경험이 인의가 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소신있게 개혁을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내의원중에서도 마의출신이 있었다며, 개구리가 된 이명환에게 올챙이 적 생각하라는 통쾌한 일침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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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은 백광현에게 가장 난코스가 될 수 있었지만, 족집게 강지녕선생의 도움으로 가볍게 통과하는 특혜(?)를 누렸다. 마의 13회의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이 평탄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 백광현이 혼자서는 쉽게 넘기 힘든 상황과 과정을, 고주만과 강지녕 등의 도움으로 예상외로 손쉽게 해결됐기 때문에, 긴장감이 주는 재미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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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주인공 백광현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면 보일수록, 극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벼락치기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2차 시험에선 인의로서의 천재성까지 만천하에 드러난다면, 순간의 재미는 줄 지 몰라도 마의는 50부가 아니라 20부에서 막을 내려야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14회의 예고에서, 시침을 놔야 하는 백광현의 오른손이 이명환의 개수작에 의해 부상을 입는다. 그의 천재성을 강지녕외엔 아무도 알 수 없게, 당분간 히든카드로 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13회의 다소 심심했던 재미가 14회의 예고만으로 확 기대감을 높여준다. 역시 주인공은 수난을 좀 겪어야 한다. 위기가 위기다워야 한다. 그래야 재미의 맛이 산다. 그동안 맹탕에 가까웠던 악역 이명환을 보면서, 이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쌍욕이 나올 수 있을 때, '마의'를 보는 재미와 기대감은 상승하는 원리. 그만큼 백광현에게 시청자가 몰입하고 올인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환경이 필요하다.
사실 현재도 마의를 보면 백광현에게 몰입이 잘 된다. 너무 몰입이 잘 돼서, 백광현과 강지녕이 과거에 이미 알고 지낸, 운명적 만남이란 사실도 까먹을 정도다. 그래서 장인주(유선)가 강지녕과 이성하(이상우)의 대화를 엿듣고, 백마의가 억울하게 죽은 강도준(전노민)의 아들 백광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도, '아, 이 드라마에도 출비가 있었지.'라고 깨달을 정도다.
그만큼 드라마 '마의'의 짜임새가 훌륭하고,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사골처럼 깊이 우려낸 맛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자극적인 조미료가 들어가길 원한다. 이명환이 좀 더 악랄해지길 바라고, 백광현을 괴롭히는 존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악의 무리를, 수난의 연속을 강하게 이겨내는 백광현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의'는 칭찬할 게 많은 드라마다. 겉보단 속이 꽉 찬 드라마다.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드라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 자극적일 수 있는 상황이나 장면조차 최대한 순화해서 그린다. 제작진으로선 솔직히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내용이 알차기 때문에, 임팩트 강한 자극을 주거나 선정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드라마를 홍보할 수 있음에도, 돌부처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회가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그 흔한 노출장면이 없다.
사실 숙휘공주로 '마의'에서 남성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가장 핫해진 스타 김소은의 목욕신을 넣을 수도 있다. 통나무 욕조하나 구해서 꽃잎 몇 장 띄우고, 어깨선만 살짝 보여줘도 드라마를 홍보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조승우의 등목신을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의는 벗지 않는다. 여타 드라마가 개연성을 무시하고 흔하게 차용하는 노출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꽤 놀랐다. '마의'는 다르구나. 제작진이 개념이다.
하지만 '마의' 제작진도 끝내 노출마케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근데 조승우-김소은-이요원-오인혜가 아니라, 자봉 역에 안상태를 벗겼다. 반전이다. 13회에서 백광현의 의생시험을 도와주기 위해, 자봉이 옷고름를 풀었다. 개연성있게 벗었다. 물론 안상태의 몸상태는 안 좋았다. 하지만 이번 노출이야 말로, 배우들이 자주 쓰는 '작품을 위해 벗었다.'란 말이 기가 막히게 어울릴 정도다.
안상태의 노출신덕에 웃음이 터졌기 때문이다. 불쾌함이 아닌 유쾌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상태는 주연들을 대신해 과감하게 상반신을 노출했고, 뭔가를 느끼는 깨알같은 표정연기도 일품이었다. 비록 안상태의 노출신이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시청자의 긴장의 풀어주고 웃음을 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백광현-추기배(이희도)-자봉(안상태)의 가족같은 분위기를 늘 흐뭇하게 바라보고 기대하는 시청자에겐 더욱 말이다.
드라마 '마의'는 강하고 자극적인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에게, 그러한 조미료가 덜 들어가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동시간대 1위를 달리며, 요란한 홍보가 없이, 소리없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마의를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의의 최대 장점이다. 다만 극의 재미를 위해선, 이명환을 비롯한 악역들은 좀 더 악랄해지길 기대한다. 숨은 천재 백광현과 승부하려면, 타짜의 아귀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쫄리는 사람이 뒈질 수밖에 없는.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