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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엄태웅 '결혼발표' 최대수혜자는?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5 11:25 | 최종수정 2012-11-05 14:38



4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경북 군위 2편의 시작은, 지난 주 추억의 복불복 마라톤레이스에서 1등을 차지한 '식탐왕' 성시경의 폭식정치였다. 성시경은 제작진이 준비한 49개의 반찬 중에, 약 30%에 가까운 반찬을 집어가 남은 여섯 멤버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성시경의 폭정을 순서대로 따라한 남은 멤버들은, 결국 7등을 차지한 맏형 김승우에게 고추냉이만을 남겨주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러나 성시경은 다음 날 새벽 장을 보고 아침식사를 자진해서 준비하면서, 전날 감행했던 폭정에 대한 반성의 한수를 두었다. 그리고 주원과 차태현이 성시경을 도와주는 훈훈한 동료애를 발휘했다. 덕분에 언뜻 조촐한 듯 보이지만, 푸근하고 풍성한 '1박2일' 특유의 정이 빛나는 아침식사가 완성됐다.

그렇다. '나만 아니면 돼!'와 같은 폭정의 재미가 필요할 땐 냉정함을, 동료를 위한 애정이 필요할 땐 희생할 수 있는 유대감. 이러한 가족같은 분위기는 '1박2일'이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빚어지는 재미이자 미덕이다. 때문에 1박2일이 강호동을 주축으로 한 시즌1에서 김승우를 주축으로 한 시즌2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요일 저녁 많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롱런하는 배경이다.

1박2일 시즌2에서, 복불복 3대 구멍으로 흑역사를 써내려가며 맹활약중인 엄태웅이 깜짝 결혼발표를 했다. 엄태웅은 4일 방송분 말미에 이뤄진 11일 예고편을 통해, 1박2일 시청자에게 결혼소식을 알렸다. '1박2일'을 통해 갑작스럽게 공개한 엄태웅의 결혼발표는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었고,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는 '엄태웅 결혼'과 그의 예비신부 '윤혜진'이 앞다투어 1위를 장식했다.

엄태웅의 예비신부 발레리나 윤혜진씨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출신으로 원로배우 윤일봉의 딸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내년 1월 결혼예정인 가운데 예비신부 윤혜진씨가 현재 임신 5주째인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화제를 낳았다. 현재 결혼발표와 동시에 예비아빠가 된 엄태웅을 축하하는 네티즌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엄태웅의 결혼발표는 시청자입장에선 신선한 충격이었고 반전이었다. 연예인의 결혼소식을 언론매체가 아닌 녹화방송 '1박2일'을 통해 가장 먼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엄태웅과 '1박2일'측에서 철통 보완을 유지했다하더라도, 사람의 입과 입을 통해 새어나갈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연애 및 결혼이야기가, '특종', '본지 단독취재' 등의 타이틀을 앞세우기 좋아하는 언론매체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시청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태웅이란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엄태웅의 결혼소식을 '1박2일' 방송에 맞추게 만들고 미루게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당사자인 엄태웅을 향한 신뢰와 애정없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나아가 엄태웅이 '1박2일'이란 프로그램과 시청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얼마나 강한지도 느낄 수 있다. 몇 줄의 딱딱한 기사가 아닌 본인의 입을 통해 가장 먼저 솔직하고 확실하게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 빛났다.

엄태웅의 결혼발표소식이 '1박2일'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덕분에 1박2일도 꾸준했던 시청률 상승세에도 날개를 달게 됐다. 엄태웅의 결혼과 관련해, 그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 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분명 이번 주 1박2일 11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평소보다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계기로 시즌2가 더욱 탄력을 받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엄태웅의 결혼발표로 1박2일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될 부분은, 시청률적인 측면이 아니라, 멤버들간의 돈독한 우정을 비단 그들뿐 아니라, 시청자도 공유하고 재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예고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태웅이 "미리 말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을 때, 멤버들은 걱정스럽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엄태웅이 1박2일을 하차발표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오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태현이 "일박 하차하려나 보다."라고 무의식중에 혼잣말을 내뱉었다. 실제로 얼마 전 엄태웅-주원이 1박2일을 하차할 것이란 뜬금없는 기사가 떴었고, 1박2일 측과 소속사에서 해당기사에 황당하다며 불쾌한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차태현입장에선 혹시나, 설마하는 생각이 스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태웅은 하차가 아닌 깜짝 결혼발표를 했고, 김승우-이수근을 비롯한 멤버들은 자기 일인양 기뻐하고 축하를 건넸다. 그 모습이 정말 훈훈했다. 특히 차태현은 엄태웅이 하차선언을 하는 줄 알고, 눈물 날 뻔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1박2일 멤버들의 형제애는 돈독했고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냥 1박2일스러웠다.

현재 1박2일 시즌2에게 제일 필요했던 건, 어쩌면 엄태웅의 결혼발표와 같은 아주 특별한 이벤트였는지는 모른다. 엄태웅이 하차하는 줄 알고 멤버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결혼발표란 반전으로 서로에 대한 진심을,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이벤트. 그것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1박2일 시즌2 멤버들이 열심히도 하지만,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 프로그램을,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걸 각인시켜준 것. 그래서 '결혼'의 최대수혜자는 엄태웅이지만, 1박2일을 통한 깜짝 '결혼발표' 최대수혜자는, 김승우를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과 최재형pd를 비롯한 스태프들이었고, 이를 가능케 한 엄태웅에게 축하와 찬사를 보낼 수밖에.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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