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없이 보기 시작한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가, 이제는 매주 기대감을 주고 있다. 그만큼 시즌2는 배꼽 빠질 정도의 재미를 끊임없이 양산하며, 매회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방송된 '경북 군위'편에서도,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잡힌 멤버들은 자신들의 장단점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이를 바탕으로 신들린 듯 웃음을 제조했다. 강호동도 울고 갈 1박2일 시즌2의 '예능의 정석'을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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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프닝은 시즌2의 최대 약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시즌2의 오프닝은 매번 상당히 재밌다. 누구 한명에 의존하기보단, 십시일반 7명의 멤버가 고루 활약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28일 방송분에서도, 리더 김승우가 앞장서서 김정렬의 숭구리당당을 재해석하고, 이어 故이주일의 흉내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시청자의 시선끌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결정타는 '성충이' 성시경이다. 멤버들은 성시경에게 정준하의 바보흉내를 내보라고 강권한다. 예능의 정석대로면, 멀쩡한 멤버가 바보흉내를 내야 재미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성발라' 성시경이 제대로 망가질 수 있을까. 3초간의 정적. 그리고 성시경의 변신. 대폭소. 안경 벗고 머리 좀 흐트러트리고, 눈 약간 뒤집었을 뿐인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망가짐으로 역대급 오프닝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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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 소품활용을 통한 웃음제조는 성시경만 구현한 게 아니었다. 진짜 대박은 이마로 삶은 계란깨기에 도전한 엄태웅-김종민커플이었다. 이마와 이마사이로 야속하게 떨어지는 계란 그리고 충돌. 말이 필요 없는 몸개그의 결정판이었다. 삶은 계란하나로 뽑아낸 대박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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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걸고 경북 군위 화본마을에서 펼쳐진 복불복 마라톤대회. 1위는 예상대로 체력과 브레인을 겸비한 시즌2 복불복의 최강자 성시경. 식사가 걸린 복불복에서 특히 강한 성시경은, 이 날도 '식탐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복불복에 강한 주로댕 주원 역시, 강한 체력을 앞세워 3위로 골인하는 준수한 성적.
반면 성시경에 이어 줄곧 2위를 유지하던 차태현은 의외였다. 김승우-엄태웅과 복불복 3대 구멍으로 꼽혔던 그가, 예상밖에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박2일 불운의 아이콘 '망했어요' 차태현은 결국 망했다. 막판 카드복볼복에서 이수근을 뽑는 최악의 결과를, 불운의 아이콘답게 피하지 못했고, 닉네임처럼 '망했어요'로 큰 웃음을 주었다. 별명 정말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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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시즌2는 피디가 개그를 한다. 새피디로 불리는 최재형PD는 시즌1의 나영석PD처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소심함을 겸비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가끔씩 멤버들의 게임에 억지로 동참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새피디가 참여해 웃음을 뽑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날 방송에서도 베이스캠프인 한밤마을의 남천고택에서 이수근의 즉석제안으로 막간에 펼쳐진, 고무신으로 엉덩이때리기 가위바위보에서, 멤버들에게 6전전패한 김종민이 유일하게 이긴 사람이 새피디였고, 그것이 반전이 되어 이 날의 대박웃음시리즈를 완성시켰다. 왕소심에 왕허당이란 새피디의 캐릭터는 예능에서 활용도가 높아, 누구라도 탐낼 만한 특이함을 갖췄다. 현재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제 8의 멤버 새피디의 활약상은 시즌2의 재미에 윤활유를 담당하고 있다.
1박2일 시즌1에는 강호동판 '예능의 정석'이 있었다. 시즌2에는 강호동이 없지만, 시즌2 멤버들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녹여낸 일종의 개정판이자, 그들만의 예능의 정석이 존재한다. 그리고 정석은 얼마나 아느냐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예능의 정석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1박2일 시즌2는 흥할 수밖에 없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