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마의' 이요원 노안스타일? 19세 노는 여자의 함정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5 14:25



23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8회에서는, 견습 마의 백광현(조승우)과 사복시로 파견된 의녀 강지녕(이요원)의 운명적 재회속에도 여전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연이어 터진 크고 작은 사건들로 서로 다른 직업에 대한 충돌 그리고 이해를 통해, 직업적으로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인의와 '마의'가 공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고, 보너스로 남자와 여자로서 상대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친밀감의 계기도 만들었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시침 훈육에 필요하다며 돼지의 꼬리를 잡고 우리에 넣으려는 강지녕. 하지만 지녕은 이리저리로 도망다니는 돼지에게 끌려 다니고 만다. 보다 못한 백광현이 지녕을 대신해 돼지를 우리에 넣었다. 광현은 돼지의 꼬리가 아닌 귀를 잡아서 해결한 후, 지녕에게 머리를 쓰라고 핀잔을 준다.
동물을 다룰 줄 아는 마의 광현에겐 별 거 아닌 돼지몰이. 굳이 마의가 아니더라도 가축과의 생활이 일상인 천민에게 돼지 다루는 법은 상식이다. 하지만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녀이자, 양반집 규수출신의 지녕에겐 다르다. 그동안 그녀가 가축을 접하고 다뤄왔던 방법이란, 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통해서였다. 즉 돼지를 우리에 넣은 과정에서도, 마의와 의녀라는 직업적 차이, 양반과 천민이란 신분의 차이가 지녕과 광현의 모습에 녹아있다.

이것이 보다 구체화된 건, 말이 철책에 걸려 넘어져 사람과 함께 부상 입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광현을 비롯한 사복시 마의들은 부상당한 말에게 달려갔다. 반면 의녀 지녕은 노비였던 사람에게 달려가 지혈하는 응급처치를 단행했고, 혜민서로 환자를 이송해 의녀 장인주(유선)의 도움을 받았다.

지녕은 환자가 걱정돼 뒤늦게 혜민서로 찾아온 광현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아무리 말의 값이 노비의 몸값보다 높다하지만, 어떻게 부상당한 사람이 아닌 말에게 먼저 달려갈 수 있냐면서 분개했다. 광현은 오해라며 해명하고 싶었지만, 지녕은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지녕은 '광현이 왜 말에게 먼저 달려갔을까.'를, 오직 말과 노비의 몸값에서 찾았다.

하지만 지녕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일단 광현이 노비출신이다. 절대 노비의 목숨을 말보다 천하게 여길 입장이 아니다. 또 하나, 광현은 마의다. 말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직업을 가졌다. 말이 부상당했으니 본능적으로 말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무엇보다 그는 동물이 아닌 사람을 치료해 본적이 없다. 의녀인 지녕이 있는데, 자신이 가서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나. 서로 다른 직업의 충돌이다.

그럼에도 광현은 지녕의 질타에 반성했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에는 직업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 광현이 마의라는 이유로, 사람과 동물을 대함에 있어 균형감을 상실할 수 있었음을, 지녕의 일침에서 자각한다. 그리고 광현은 한발 늦게나마 지녕을 돕기 위해 달려갔고, 인의가 아님에도 부상자의 심장을 만지는 기회를 접하면서, "사람 심장은 이렇게 뛰었구나."라며 회상한다. 백광현이 훗날 마의에서 인의, 어의로 변모할 단초가 되는 중요한 장면이고 사건이었다.

반대로 의녀 지녕은, 어미를 잃고 무리에서 소외된 새끼 양과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끼 양때문에 상실감에 빠진 어미 양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맺어준 백광현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또한 동물의 생명도 인간만큼이 존귀한 것임을. 여기엔 광현이 아버지를 잃고 생사를 헤맬 때, 새끼 말을 잃은 어미 말이 광현을 자기 새끼인양 보듬어 준 일화가 녹아들어, 지녕의 가치관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데 일조한다.

결국 인간과 동물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공존하기 위해선, 이론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은 곧 의녀와 마의라는 서로 다른 직업에서 오는 충돌,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의 충돌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 시작을 드라마 '마의' 8회에서 주인공 백광현과 강지녕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제기의 초석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은 교훈을 이해시켜야 할 사람은 '마의'속엔 너무 많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빠듯한 진행속에서도 여유를 찾아야 하고, 드라마 '마의'의 주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로맨스가 효과적으로 녹아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마의 백광현과 의녀 강지녕의 운명적인 사랑과 별도로, 천민과 양반이란 신분차이를 극복하는 로맨스가 8회부터 적절하게 가미되기 시작했다.
마의가 동물만 잘 고치는 게 아니라, 따뜻한 감성에 재치까지 넘친다. 백광현이다. 의녀가 의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매력도 있다. 강지녕이다. 둘은 8회에서 환상적인 어울림을 이끌어내면서,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로맨틱코미디 커플 저리가라 수준이다. 그런데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이, 강지녕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제 나이는 열아홉이구요."

강지녕이 열아홉? 그래. 열아홉일 수 있다. 하지만 이요원이 열아홉이라고 생각하면 다르다. 80년생으로 올해 33세인 이요원이 19세 역할을 소화한다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은 시청자가 적잖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요원의 19세 코스프레에 꽂혀, 동갑내기 조승우의 19세 연기를 외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요원-조승우의 19세보다 충격적인 함정은, 이명환(손창민)의 아들 이성하역에 배우 이상우도 33세란 사실이다.

극중 강지녕은 이성하의 누이로 나온다. 즉 이성하의 나이는 19세보다 어린 17, 18세 정도로 추정된다. 때문에 드라마 '마의'의 최강 노안은 이요원-조승우가 아닌 이상우가 된다. 즉 이요원이 열아홉 강지녕을 연기한다면서 그녀의 노안에 거부감을 드러내기에 앞서, 그녀보다 어린 성하를 연기하는 이상우의 딜레마도 무시 못한다. 그래서 동안에 실제나이가 엇비슷한 숙휘공주 역에 89년생 김소은이 나이와 배역 관련해선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제작진은 '마의'의 주인공인 33세 트리오 조승우-이요원-이상우를 19세 혹은 그 이하로 무리하게 책정했을까. 그것은 드라마 '마의'가 백광현의 일대기를 총 50회에 걸쳐 담기 때문이다. 즉 백광현-강지녕 등 극중 나이는, 19세에 고정되지 않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나이를 먹게 돼있다. 그래서 향후 조승우-이요원의 실제나이인 33세를 훌쩍 뛰어넘는 중년의 연기도 지켜보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마의가 8회를 마친 현재는, 백광현-강지녕-이성하 등이 노안스타일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19세를 열연중인 백광현-이요원의 모습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들의 티격태격 로맨스도 19세에 어울리게 최적화돼 있다. 좋아하는 감정조차 헷갈려 하고, 그런 감정의 표현도 꽤나 짓궂게 드러낸다. 배우들의 나이를 19세로 놓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큼의 캐릭터, 이를 연기중인 조승우-이요원도 자연스럽다. 이상우의 연기가 어떻게 녹아들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마의'는 시청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힐링 드라마고 착한 드라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눈돌릴 틈 없는 재미를 양산한다. 그러나 완벽한 드라마에도 허점은 있는 법. 바로 이요원의 열아홉. 실제나이를 숨길 수 없는 주인공들의 노안스타일이다. 하지만 나이의 허점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캐릭터의 개연성,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이 '마의'의 인기상승을 부추긴다. 그래서 광현의 농담처럼 정숙해 보이지만 놀 줄 아는 여자 강지녕이 아닌, 나이 들어 보이지만 순수하고 귀여운 여자 '마의스타일' 강지녕이 보인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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