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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가수' 싸이가 K-POP의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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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LTE급' 이었다. 14일 빌보드 '핫 100' 차트에 64위로 진입, 2009년 원더걸스 '노바디'(76위)가 세운 한국 가수 최고 빌보드 기록을 깼다. 다음 주에는 무려 53계단 순위가 상승하며 1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빌보드 진입 3주 만에 2위 기록을 세운 것. 이는 한국 신기록이기도 하지만, 아시아권 2위 기록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아시아 가수가 자국 노래로 1위를 차지한 것은 1963년 '스키야키(上を向いて步こう)'를 부른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가 유일했다. 일본 가수 오노 요코가 1980년 '더블 판타지'로 메인 차트 중 하나인 '빌보드 200'(앨범 종합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적은 있지만, 이 노래는 비틀스 존 레넌과 같이 부른 곡이라 아시아권 노래로 볼 순 없다. 또 2010년 10월 재미교포 제이 스플리프가 소속된 파이스트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식스'로 1위를 차지한 적 있지만, 이는 미국에서 제작 발매된 앨범이라 '강남스타일'과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도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음원 성적이 좋다. '강남스타일'은 지난 15일부터 11일간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지켰다. 26일에는 2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하긴 했지만, 미국 유료 음악 시장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튠즈 차트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다. 뮤직비디오의 인기도 여전하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난 4일 공개 52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8만4539건을 기록, 한국 가수 최초로 '단일 컨텐츠 1억 뷰'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그리고 28일 현재 2억 8611만 4894건의 조회 수를 기록, 3억뷰를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다.
'핫 100' 차트가 한 주간의 라디오 방송 청취율, 디지털 다운로드 및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서비스 결과를 합산해 순위를 선정하는 만큼, 앞으로의 기록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실제로 빌보드 측은 "마룬5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 다음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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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신기록에 모두가 놀랐다. 당초 '싸이 강제 해외 진출'을 외치던 네티즌들을 비롯해 스타들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DJ DOC 김창렬은 "싸이 빌보드 2위. 이젠 세계적인 미친 존재감이구나. 완전 기분 좋네. 까짓 거 1위 하자! 형이 아닌 팬으로 응원한다. 박재상(싸이 본명) 화이팅!"이라고, 신현준은 "싸이 정말 멋지다! 빌보드 1위 하자! 아자 아자 화이팅!"라고 응원했다. 이승철은 "싸이 빌보드 2위 초대박! 조만간 웃통 벗고 공약 들어갑니다. 다들 오늘 하루 흥분해봅시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우하하하"라고 격한 기쁨을 드러냈다.
일본 중국 등 해외 언론도 앞다퉈 싸이의 빌보드 2위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싸이 본인. 관계자는 "싸이가 빌보드 성적을 듣고 '웬일이니!'라고 했다. 스스로도 신기해할 따름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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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싸이가 파격에 가까운 승전보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컨텐츠가 있었기 때문. 데뷔곡 '새'에서부터 보여준 'B급 유머' 코드가 해외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싸이는 "영화 '오스틴 파워'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또 뻔뻔하게 한 것을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싸이 역시 "이 노래 하나 반짝하고 마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그래도 영광이지만 사람이니까 '반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을 넘어 '가수 싸이'의 인기를 계속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싸이가 성공한 원인은 홍보가 필요 없는 컨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 컨텐츠는 홍보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컨텐츠 자체의 힘이 부족하면 삼일천하로 끝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려고 만든 노래가 아니다. 대중이 가치 있는 컨텐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홍보가 필요 없는 컨텐츠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현지 매니지먼트와 계약할 때 음악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말은 싸이가 그만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라고 인정한 것이다. 공은 싸이에게 던져졌다. 그동안 그가 해 온 음악을 보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포인트를 알고 있다고 보인다. 더욱이 지금은 매니지먼트와 상관없이 음악 컨텐츠와 수용자 간에 직접적인 상호 관계가 이뤄지는 미디어 환경이 됐다.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