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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헌(64)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끝까지 투병했는데…
고인은 식도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처음 식도암 발병 사실을 안지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실제로 고인은 투병 초기 단계까지 핫식스 멤버들과 공연 기획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거듭된 항암치료 끝에 체력이 많이 약해졌고, 두 번의 방사선 치료까지 받자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에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최호준 씨는 "마지막에는 본인도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딸 최서윤 씨 역시 "암 세포가 덩어리로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는 상태라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나중에는 암세포가 폐에 전이돼 호흡이 곤란해지셨고, 대화를 하시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남긴 말, "건강 조심해라"
고인은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평소 자상한 아버지였다는 최헌은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들을 챙겼다. 최호준 씨는 "건강 주의하라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이 기억하는 최헌은 '자상한 아버지'였다. 어릴 땐 서해안 바닷가에 놀러가 게를 잡기도 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밤새 함께 즐기기도 했다. 집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가수 최헌'이 아닌 '아버지 최헌'의 모습이었다. 최서윤 씨는 "아버지는 집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 않으셨다. 대신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셨다. 팝송을 주로 들으셨는데, 특히 '산타나'를 좋아하셨다. 우리는 아버지가 '당신은 몰라'를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최호준 씨는 "우리한테는 '가수 아빠'라기 보다는 '평범한 아빠'였다. 어릴 땐 친구들이 아빠가 트로트 가수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어른들은 어딜가나 알아보고 잘해주셨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아빠였다"고 말했다.
가수 최헌, "잊지 말아달라"
고인의 곁을 지키는 유족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서윤 씨는 "죄송한 점은 너무 많지만, 말을 하면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편하게 가시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 속에 담으려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서도 그렇게 큰 사랑 받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셨고, 최고의 아빠였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투병하실 때부터 계속 같이 있었는데, 고통은 나누지 못하니까 외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나도 위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호준 씨는 "말로 하진 않으셨지만, 본인의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셨다. 나 역시 아버지가 70년대 한 획을 그은 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아버지의 노래를 들어주시고, 또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3일장으로 거행된다. 발인은 12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서울 추모공원 분당 메모리얼로 정해졌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