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별세' 최헌, 마지막 유언은 "건강 조심해라"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2-09-10 16:02


10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최헌의 빈소가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오동잎' '가을비 우산 속' 등의 히트곡을 남긴 최헌은 대학교 때 당시 최고의 그룹 '히식스(H6)'의 리듬 기타 멤버로 데뷔했다. 1974년 새로운 멤버로 '검은나비'를 결성, '오동잎'이라는 최고의 히트곡으로 이름을 알렸다.
1977년 솔로로 전향한 최헌은 '앵두' '가을비 우산 속'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남성적인 저음의 허스키한 음성과 멋진 외모로 많은 여성팬의 사랑을 받았으며 MBC 10대 가수 가요제 가수왕(1978), TBC 방송가요대상 최고가수상(1978) 등을 수상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가수 최헌(64)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10일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에 마련된 그의 빈소는 침착한 분위기였다. 입구부터 DSP미디어를 비롯한 연예계 종사자들이 보낸 화환이 가득했고,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져 70~80년대를 주름잡은 대가수의 위엄을 느끼게 했다.

아들 최호준 씨와 딸 최서윤 씨, 사위 등 유족들이 빈소를 지킨 가운데, 조문객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씩을 헌화했고 눈물을 흘리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가운데 나이 어린 손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낮잠에서 깨어나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보고 아버지에게 매달려 주변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끝까지 투병했는데…

고인은 식도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처음 식도암 발병 사실을 안지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2011년 4~5월, 최헌은 림프 쪽에 몽우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경미한 소화 불량 증상이 있었을 뿐, 체중 감소나 식욕 부진 등 어떠한 징후도 없이 건강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건강검진은 물론, 병원 방문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성격에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츰 몽우리가 커지자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식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말기암 진단을 받은 셈이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만큼, 가족이나 당사자가 받은 충격은 컸다. 아들 최호준 씨는 "처음엔 충격을 많이 받으셨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끝까지 암과 싸우려고 하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인은 투병 초기 단계까지 핫식스 멤버들과 공연 기획을 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거듭된 항암치료 끝에 체력이 많이 약해졌고, 두 번의 방사선 치료까지 받자 몸이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에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최호준 씨는 "마지막에는 본인도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딸 최서윤 씨 역시 "암 세포가 덩어리로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는 상태라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다. 나중에는 암세포가 폐에 전이돼 호흡이 곤란해지셨고, 대화를 하시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남긴 말, "건강 조심해라"

고인은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평소 자상한 아버지였다는 최헌은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들을 챙겼다. 최호준 씨는 "건강 주의하라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이 기억하는 최헌은 '자상한 아버지'였다. 어릴 땐 서해안 바닷가에 놀러가 게를 잡기도 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밤새 함께 즐기기도 했다. 집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가수 최헌'이 아닌 '아버지 최헌'의 모습이었다. 최서윤 씨는 "아버지는 집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지 않으셨다. 대신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셨다. 팝송을 주로 들으셨는데, 특히 '산타나'를 좋아하셨다. 우리는 아버지가 '당신은 몰라'를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최호준 씨는 "우리한테는 '가수 아빠'라기 보다는 '평범한 아빠'였다. 어릴 땐 친구들이 아빠가 트로트 가수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어른들은 어딜가나 알아보고 잘해주셨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아빠였다"고 말했다.

가수 최헌, "잊지 말아달라"

고인의 곁을 지키는 유족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서윤 씨는 "죄송한 점은 너무 많지만, 말을 하면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편하게 가시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 속에 담으려 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디에서도 그렇게 큰 사랑 받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셨고, 최고의 아빠였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투병하실 때부터 계속 같이 있었는데, 고통은 나누지 못하니까 외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나도 위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호준 씨는 "말로 하진 않으셨지만, 본인의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셨다. 나 역시 아버지가 70년대 한 획을 그은 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아버지의 노래를 들어주시고, 또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3일장으로 거행된다. 발인은 12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서울 추모공원 분당 메모리얼로 정해졌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