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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의드의 새 지평 열었다 평가받는 이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17:37 | 최종수정 2012-09-03 08:30


사진제공=MBC

"의사는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요?"

MBC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은 인턴 면접에 들어온 이민우(이선균)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 질문을 똑같이 되묻는 이민우에게 이렇게 답한다. "내가 답을 안다고? 내가 인턴 때 어땠는지 아냐. 그때도 두렵고 지금도 두렵다. 그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스스로 믿는 것 뿐이다."

기존의 의학드라마에서 의사들은 '신의 손'을 가졌거나 신에 버금가는 천재성을 지닌 완벽한 인물이었다. 생명을 다루기 위해선 신의 권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든타임'의 의사들은 다르다. 그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일개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예측하고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는데, 왜 하필 지금 내 앞에 이런 환자가 나타났는가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올 텐데, 그때는 어쩔 건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그 답을 찾기 위해 눈이 빨개지도록 밤을 새워 의학서적을 뒤지고 환자를 돌본다.

'골든타임'을 기존 의학드라마와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건 이렇게 인간적인 의사들이 있어서다. 미친 카리스마로 수술을 지휘하는 최인혁조차 완벽하진 않다. 그가 완벽했다면 VIP 환자의 수술 부위에서 이물질이 새어 나오는 휴유증 같은 건 생기지 않았어야 한다. 7회 방송에서 교통사고로 실려와 15회에 의식이 깨어난 '천사 배달부' 박원국도 그렇게 오래 병상에 누워 있진 않았을 거다. 시청자들은 이민우가 박원국의 다리 절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길 바랐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의학적 판단과 헌신으로 환자를 살린다. 박원국 에피소드가 기적보다 진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건 그 과정에서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진제공=MBC
그래서 '골든타임'에선 로맨스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절절한 사랑과 이별의 아픔 없이도 주인공들은 환자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한단계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에도 의사와 외상 코디네이터로 2년간 호흡을 맞춘 최인혁과 신은아(송선미)의 러브라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관심사로 떠오른 건 극이 반환점을 돌아서고도 한참 후의 일이다. 인턴 동기 이민우와 강재인(황정음)의 러브라인은 아직 불도 지피지 못했다. '골든타임'의 의사들에게 로맨스는 최인혁과 신은아의 관계처럼 존경심과 동료애다. 로맨스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시청자들은 설렘을 느낀다. 로맨스도 의학드라마의 장르성 안에 녹여낸 지혜로움 덕분이다.

'신의 손'과 '기적'과 '로맨스'라는 손쉬운 스토리텔링 대신 '골든타임'은 까다로운 사실성을 추구한다. 헬기만 있었어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치료 시기를 놓쳐 잃는다거나 병원을 찾아 헤메던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에피소드를 틈새에 배치해, 열악한 외상의료 현실을 담아낸다. 유괴범과 형사 중에 누구를 먼저 살릴지를 놓고 대립하는 최인혁과 이민우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생명의 존엄과 가치판단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박원국 환자에게 쏠린 사회적 관심에 편승하려는 국회의원이나 이를 계기로 외상센터를 유치하려는 병원이나 자신들의 잇속만 따지는 건 실제 현실과 똑같다. 최인혁을 경계하며 자신들의 안위에 급급해하는 의사들의 모습도 대단한 권력다툼이라기보단 어느 직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알력싸움에 까깝다. '골든타임'은 70분이란 시간 안에 이러한 현실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뒤,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비추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시청자들은 '골든타임' 앞에 '명품'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형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쏟아진다. 연기, 연출, 대본의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건 새삼 되새길 필요도 없는 얘기다. 시즌2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골든타임은 의학용어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최소시간을 뜻한다. 아무리 최소시간이라지만 시청자들에게 허락된 '골든타임'은 짧기만 하다. 어느덧 단 5회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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