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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김희선-이민호 인공호흡이 '옥에 티'인 이유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28 11:29 | 최종수정 2012-08-28 15:55



27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신의' 5회에선, 자신을 요물이라 칭하는 덕성부원군 기철(유오성)에게 'F'자로 시작하는 욕설을 퍼부은 유은수(김희선)의 겁없는 솔직함이 큰 웃음을 주었다. 또한 은수는 최영(이민호)과 키스에 가까운 인공호흡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노국공주(박세영)는 기철에게 보낸 신의 은수를 놓고 공민왕(류덕환)에게 따졌고, 공민왕은 노국공주의 처소에 최영을 끌어들인 이유를 추궁하며, 현재 엇갈리고 있는 두 사람의 러브모드에 반전의 불씨를 키웠다.

그럼에도 신의 5회는 실패에 가깝다. 5회에서 볼만했던 이 세 장면만으로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버거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황판단이 덜 된 주인공 캐릭터, 간결하지 못한 전개, 따로 노는 극의 흐름이 두드러져 시청의 몰입에 방해가 됐다. 예를 들어, 기철을 향한 은수의 통통 튀는 매력 뒤에, 생사를 오가는 최영을 두고 눈물의 인공호흡(키스)은 억지스럽게 보였으니까.

솔직 통통녀 은수의 매력이 눈물의 인공호흡과 함께 급하게 꺼진 느낌이랄까. 기철이 어떤 인물인지 알면서도 거침없는 욕설을 해댔던 은수에게선, 그녀가 고려로 타임워프하면서 일어나게 될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은 깨닫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학창시절에 기철은 어떻게 죽을지 까지 공부했던 수재가 은수였다. 그렇다면 최영장군의 생사도 눈물부터 쏟아내는 감정적 호소가 아닌, 반드시 살아날 것이고 살아야 맞다는 계산아래 좀 더 강인한 은수의 언행과 대처가 따라야 하지 않나.

그래야 기철-최영이란 역사적 인물을 대하는 현대인 은수의 캐릭터에 일관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고려에 타임슬립한 은수라는 캐릭터를 일관성있게 그리기 보단, 시청자를 혹하게 만들 멜로부터 쥐어짜는 무리수를 동원했다. 최영에게 인공호흡하고 눈물부터 쏟아내는 은수를 보면, 환자와 의사가 아닌, 죽고 못 사는 연인사이를 방불케 한다. 시청자의 눈길은 사로잡았을지 모르나, 최영을 향한 은수의 감정과잉은 '옥에 티'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신의 5회는 부분적으로 성공한 듯 보여도, 극의 흐름은 전체적인 엇박자로 스토리는 산만함을 벗지 못했고 시청자는 몰입할 대상과 지점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는가.

바로 신의 4회-5회가 우선순위에 있어, 주인공과 시청자의 핀트를 잘못 맞췄기 때문이다.

극 초반인데, 최영이 사경을 헤매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적월대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얼음을 뒤집어쓰고 낚시를 해야 했는가. 인공호흡을 가장한 은수-최영의 키스가 지금 타이밍에 그렇게 중요했는가. 오히려 고려로 타임워프한 은수에게 초점을 맞춰야 했다. 시청자가 은수의 동선을 따라, 그녀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을 구축하는 게 우선되어야 했다. 그것이 시청자가 신의 초반부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는 다른 타임슬립물 드라마와 달리, 은수가 천혈이란 신비의 문을 통해 하늘(미래)에서 온 것을 공민왕을 비롯해서 많은 주변인들이 확인했고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영은 직접 은수를 데려 온 증인이다. 덕분에 은수 혼자 하늘(미래)에서 왔다고 광고를 하고 믿어달라고 '생쇼'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아무도 은수에 대해, 그리고 하늘이란 곳에 대해 묻지 않는다. 시청자만큼이나 주변인물들이 더 궁금해야 할 대목임에도 말이다.


은수도 마찬가지다. 최영에 납치되어 고려로 타임워프했다. 그런데 자신이 타임워프한 것을 이제는 믿고 있는 건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확신했던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시청자도 은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런 언행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5회 정도면 은수가 어느 정도 타임워프한 사실에 대해 확신을 하는 장면이나 증거, 좌절이나 방황 혹은 문제의식을 깨닫는 모습이 하나둘씩 나와 줘야 하는데, 여전히 은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최영을 눕혀놓고 과거를 회상하느라, 정작 시청자가 궁금해 할 대목은 미뤄지고 스토리를 쫓아가는 발걸음도 무거워지는 셈이다. 최영의 과거도 중요하나, 수순상 중반에 다뤄도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신의 6회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최영과 은수가 단둘이 어느 숲속에서 밤을 보내는 예고가 따랐다는 점이다. 늦은 감은 있으나, 6회에서라도 은수가 고려에 와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최영에게나마 털어놓고, 최영도 은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물을 수 있다면, 시청자가 주인공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하고 향후 스토리를 쫓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전망이다.

신의 제작진은 5회에서 은수에게 키스신에 가까운 인공호흡과 감정과잉에 가까운 눈물부터 쥐어짜고, 기철 앞에서 최영이 불쑥 연모발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캐릭터와 극 흐름이 덜 매끄럽게 녹아들더라도, 김희선-이민호의 멜로카드로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제작진이 가장 염두하고 진행해야 하는 핵심은 부분적인 재미에 앞서, 초반엔 캐릭터의 개연성을 담보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시청자를 쉽게 이해시키고 앞뒤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극의 전개에 있다. 달라진 환경(고려), 새로운 인물(유은수)에 대한 이해가 시청자를 몰입시킬 만큼 우선적으로 구축될 때, 신의의 최대 장점인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효과적으로 녹아들 수 있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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