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로 100억 대박을 터뜨린 가수 싸이.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진행될 일이 많아 수익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6일 싸이의 춤을 따 영문명 'HORSE RIDING DANCE'로 신청한 상표권.
머리 크고 배 나온 이 남자, 요즘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3만2000장의 판매를 넘긴 앨범 '강남스타일'의 현재 매출은 3억5000만원. 업계는 음반, 음원 판매 만으로도 최소 15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11일 열린 서울 콘서트에서 3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싸이는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광고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과 대접이 180도 달라졌다. 통신 가전 주류 등 당대 최고 남자스타들이 접수했던 분야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 벌써 LG유플러스 광고를 찍었고, 10여개사로부터 모델계약 제의를 받았다. 이후 국내 저작권료와 각종 행사 수익 등을 더하면 수익은 100억원에 달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까진 가요계에서 그간 수없이 만들어졌던 성공 스토리다. 그런데 싸이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바로 진정한 2012년형 K-POP 수익모델의 로드맵을 그렸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열린 싸이 콘서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SNS 금맥 뚫은 싸이, 온라인에서 돈 번다
싸이는 최근 미국 빌보드가 집계하는 SNS차트인 '소셜 50(Social 50)' 톱10에 올라 화제가 됐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빌보드차트가 발표한 9월 1일자 '주간 소셜 50'에서 싸이가 당당히 9위에 랭크됐다. '소셜 50' 차트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상에서 한 주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친구, 팔로어, 팬들의 증가세 및 페이지뷰, 주간 음악플레이 횟수 등을 집계해 산정한다.
이처럼 새로운 온라인 생태계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온 덕일까. 싸이의 대차대조표엔 이전 스타들에겐 아예 없었거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항목이 떡 버티고 있다. 바로 글로벌 음원 수익이다. 빌보드도 인정한 SNS 공간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와 아이튠즈에서 큰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간 유튜브는 수익보다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면이 컸다. 그러나 싸이는 이 온라인 공간이 충분히 '돈이 된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 그의 뮤직비디오는 하루 24시간 재생되고,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시간적 제약도, 공간적 한계도 없다.
'강남스타일'은 26일 오후 9시 유튜브 조회수 6000만 건을 넘어섰다. 후속편 격으로 지난 15일 공개된 '오빤 딱 내 스타일' 뮤직비디오 역시 같은 시각 176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 유튜브는 동영상 저작권자와 광고 수익을 나누고 있는데, 일반인들의 경우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 1000클릭을 기록하면 0.5달러를 받는다.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유튜브 전용관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공급하고 있어 계약 조건이 훨씬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아이튠즈에서도 싸이 바람이 대단하다. 싸이는 지난 21일 한국가수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가격은 1.99달러로, 이중 70%가 YG로 온다.
이후 전망은 더욱 장밋빛이다. 유튜브에는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UCC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 UCC들은 다시 SNS를 타고 확산되며, 또 다른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패러디 동영상은 YG의 저작권을 사용하는 만큼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YG의 수익도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업계에선 싸이를 놓고 'SNS 금맥을 보여줬다''앞서 K-POP 스타들이 뚫어놓은 디지털 실크로드에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평가를 한다.
가수 싸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싸이 100억 대박 터뜨릴때 양현석은 1000억원 벌었다
'강남스타일' 자체의 상품성과 싸이의 수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 뒤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가 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100억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있으니 바로 YG 양현석 프로듀서다.
싸이는 2010년 9월 타블로와 함께 YG에 합류했다. 워낙 싸이가 튀는 스타일이라, 업계에서 양현석의 선택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당시 상장을 준비하던 YG는 빅뱅과 2NE1에 지나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넓히기 위해 싸이란 카드를 뽑았는데, 이번에 의외의(?) 대박이 터진 것.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유명 연예인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지분가치를 평가한 결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2420억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2231억원을 기록해, 증시 사상 최초로 2000억원대 주식자산을 기록한 연예인 주식부자가 동시에 두 명이 탄생했다.
YG의 지분 35.79%(356만9554주)를 보유하고 있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지분가치는 연 초인 지난 1월 2일 1299억원이었으나 대규모 무상증자로 보유 주식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최근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인기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들어 연 초 대비 71.7%나 상승하면서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가수 싸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싸이, 후폭풍이 더 무섭다.
국내외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다보니 상표권 등 부가수익에 대한 관심도 높다. 벌써 8건의 상표등록이 출원됐고, 해외에서도 이미 관련 상품이 나왔다. 독일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GANGNAM STYLE'란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16.9달러에 팔고 있다.
이와 관련 YG 측은 상표권 출원과 관련해선,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 제재를 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강남스타일'에 대한 상표권은 출원하지 않았지만, 지난 16일 싸이의 춤을 따 영문명 'HORSE RIDING DANCE'로 상표권을 신청했다.
그러나 YG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싸이의 해외 대박은 당장의 수익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JYP가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미국 법인을 세우는 등 장기적으로 거액의 투자를 한 '수업비'를 싸이가 한방에 해결해줬다고 한다. 싸이가 CNN 등 각종 미국 주요매체를 장식하면서 YG도 브랜드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게 됐다. 과거 박진영이 원더걸스를 알리기 위해 매일 LA의 레코드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음반을 주고 왔다던, 소위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생략하게 된 것이다. 빅뱅과 2NE1 등 기존 대표 소속스타들의 해외 활동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됨은 물론이다.
지난 15일부터 열흘간 미국을 방문한 싸이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 측과 만나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귀국길에 싸이는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싸이의 2012년 K-POP 스타의 수익모델 로드맵은 진화를 계속 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