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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방에서 자취를 감췄던 '막장 드라마'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MBC '메이퀸'과 SBS '다섯손가락'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두 드라마는 극명한 선악구도와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의 전형적인 설정들도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메이퀸'은 선박회사, '다섯손가락'은 악기회사라는 배경만 다를 뿐, 캐릭터의 성격이나 갈등의 내용이 비슷해 '닮은꼴 막장'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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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외에에도 주인공이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란 것도 닮았다. '메이퀸'의 해주는 기계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손재주를 타고났고, '다섯손가락'의 인하는 절대음감과 천재적 음악성을 지녔다. '메이퀸' 천지그룹이나 '다섯손가락' 부성악기 모두 탐욕스러운 재벌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인공과 선악구도를 이룬다. 어린 시절부터 얽히고설킨 주인공들의 3각-4각 멜로라인이 성인 시절까지 이어진다는 것도 여러 드라마에서 반복돼온 설정이다. 방송 초반부를 담당한 아역들의 맹활약으로 인해 자극의 강도가 덜하게 느껴질 뿐, 설정만 놓고 보면 '막장 중의 막장'이라 해도 억울할 게 없다. 시청률도 나란히 10% 초중반대를 기록하며 비슷한 폭으로 상승 중이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 게시판에는 "자극적 설정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얘기가 많이 올라온다. 한 시청자는 트위터에서 "'메이퀸'은 '욕망의 불꽃'을, '다섯손가락'은 '제빵왕 김탁구'를 리메이크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의 법칙이 또 한번 재현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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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의 재림'을 두고 일부에선 '균형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판타지가 휩쓸고 간 자리에 정극들이 출현하는 것처럼, 일종의 '반작용'란 얘기다. 하지만 '다섯손가락'과 '메이퀸'이 막장드라마의 봇물을 터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판타지가 인기를 모으자 너도나도 판타지로 쏠렸던 것처럼 말이다. 안방극장의 질적 후퇴가 염려되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