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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줄 알고 낚였다."
한 명의 여성을 놓고 여러 남자들이 경쟁하는 구도는 그간 수많은 연애 버라이어티에서 반복돼 온 형식이었다. 리무진 안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모른 채 첫 만남을 갖는 것이나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것도 쉽게 예상 가능한 전개였다. 남자 출연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신체조건이나 인맥, 지위, 재능 등으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연상남과 연하남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대비시키는 등 현실적 맥락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긴 했지만, 이것 또한 '장기자랑'을 부추기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에 머물고 말았다.
'첫 만남 후 첫 키스 기간' '남녀의 데이트 비용 부담 비율' '듣고 싶은 애칭' 등에 대한 여자 출연자의 생각을 알아맞히기 위해서 앞구르기를 하고 철봉에 매달려야 하는 남자들의 수고로움이 무색하게도,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남자든 여자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서로 긴밀한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는 사이에, 다수의 보편적 생각이 아니라 여자 출연자 한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왜 맞혀야 하는 것인지, 이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이유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그림이 그려진 콘텍트렌즈를 낀 여성출연자의 눈을 바라보며 남자들이 어떤 그림인지 알아내는 '눈으로 말해요' 코너에 이르면 진부함은 절정에 달한다. '눈맞춤'의 설렘을 찾아볼 수 없는 출연자들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오글거리도록 달콤하기만 한 자막도 거기에 한몫했다. 형식과 구성은 10년 전 '장미의 전쟁'이나 '천생연분'보다도 후퇴한 것이었다.
이 구태의연한 연애 버라이어티를 위해 9년차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는 400회 특집을 한주 미뤄야 했다. MBC는 경사를 맞이한 자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불방시키면서까지 외주제작사의 프로그램의 꽂아넣은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놀러와'의 소중함만 새삼스럽게 일깨워줬을 뿐이다.
'반지의 제왕'은 마무리에 '반지의 제왕은 계속됩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정규 편성을 염두에 둔 듯하지만, 과연 시청자들도 '반지의 제왕'이 계속되기를 바랄지는 의문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