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리미트리스' 인생을 바꾸는 위험천만한 알약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7:54



주인공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는 데드 라인을 앞두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무능력한 작가고, 어떻게 해서든 그걸 극복하려고 제대로 노력조차 해보려 하지 않는 찌질한 루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앞에 놀라운 약 NZT가 나타난다. 이 어메이징한 작은 알약은 두뇌를 100% 풀 가동시키는 알약으로, 에디는 NZT를 통해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제껏 배워 왔고, 스치듯 봤던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고, 며칠만에 걸작 같은 소설들을 수두룩 빽빽하게 써 내고, 하루의 레슨으로 수준 급의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고, 복잡한 수학공식을 만들고 이해한 뒤 그걸 주식 투자에 이용해서 백만장자로 변신한다.

이렇게 단 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한 에디는 거물 칼 밴 룬(로버트 드니로)의 눈에 들게 되고, 정말 이젠 상휘 1% 중에서도 1%의 장밋빛 생활을 영위하나 싶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바로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바로 이 알약이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은 한정되어 있는데, 약을 못 먹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나마 자연사도 힘들다. 암암리에 이 약을 복용해 왔고, 약이 다 떨어져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남은 NZT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리미트리스>는 하루 아침에 하위 1%의 삶을 상위 1%의 삶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인생을 바꾸는 작은 알약을 소재로 보는 사람의 선택을 되묻는 영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약을 복용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결말에서 김이 빠진다는 얘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결말까지 지극히 이 영화다워서 좋았다. <리미트리스>의 매력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직진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휙 좌회전으로 틀어버리는 의외성도 가지고 있고, 무겁고 음침해질 수 있는 소재를 재기발랄하게 풀어 나가는 데 있다.

자수 하여 광명 찾자면, 브래들리 쿠퍼 때문에 알게 된 이 영화를 1년 전에 먼저 접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무방비 상태로 보다가 완전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그래서 그 이후로 개봉하기를 계속 기다렸는데 좀처럼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섭섭하기도 했더랬다. 배우들 연기 좋고,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한 미장센도 좋고, BGM도 적절하며, 스토리도 흥미진진한 영화이거늘 대체 왜 이렇게 개봉이 늦어졌는지 그게 야속할 정도. 어찌되었든 이렇게 개봉을 했으니 다행이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니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 영화는 앨런 글린의 SF 스릴러 소설 <더 다크 필드(The Dark Fields)>를 원작으로 한다. 너무 뒷북 돋는 리뷰였던지라 이미 상영관에서도 내렸을 테지만, <리미트리스>는 언젠가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일단 한번 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픈 영화다. 요즘 같은 열대야에 딱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은 느낌. 아, 그런데 DVD가 아직이겠구나(..)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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