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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두-빅-신품, 3사 로코 엇갈린 성적표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6-26 15:42


안방극장에 핑크빛 바람이 불고 있다. 월화엔 KBS2 '빅', 수목엔 MBC '아이두 아이두', 주말엔 SBS '신사의 품격'이 차례로 시청자를 찾아오고 있다. 야심차게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선보인 지상파 3사는 여심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모두가 달콤한 성적표를 받은 건 아니다. '신사의 품격'은 방송 10회 만에 '개그콘서트'를 뛰어넘어 시청률 20%를 달성했지만, '빅'과 '아이두 아이두'는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왜일까?


'아이두' 30대 여성 공감, 로맨스는 '갸웃'

'아이두 아이두'는 30대 후반의 잘나가는 구두 디자이너가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가진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화려해 보이는 삶과는 달리 텅 빈 집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일에 떠밀려 가족의 생일도 못 챙기는 여주인공 황지안(김선아)은 우리 시대 골드미스들을 대변한 캐릭터다. 황지안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이유에는 수십 가지를 써넣으면서도 아이를 낳아야 할 이유는 한 가지도 적지 못할 때, 공감을 표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아이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현실성이 로맨스에선 동력을 떨어뜨렸다. 아이의 아빠인 박태강(이장우)은 패기만 가득한 20대 신입사원이다. 여주인공과는 현실성의 무게가 달라 좀처럼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황지안의 맞선남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조은성(박건형)의 세심한 배려에 더 끌린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로맨틱 코미디는 신데렐라 판타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두 아이두'는 '평강공주와 온달왕자'처럼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역전돼 있어서 로맨스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본팩토리
은근한 저력 '빅', 후반전 기대

홍자매 작가의 '빅'도 초반 기대와는 달리 10%를 밑도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고무적인 일은 작지만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작 '사랑비'가 5.9%로 종영한 탓에 후광을 입지 못한 점이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빅'은 사고로 30대 남자의 몸에 들어간 18세 소년과 20대 여교사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 등 여러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터라 판타지 설정이 특별히 신선하진 않지만 홍자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시간이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영혼은 18세 몸은 30대인 남자주인공 캐릭터는 소년과 남자의 경계에서 나오는 묘한 매력을 뿜어내며 여성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다만, 동시간대 MBC '빛과 그림자'가 20% 안팎의 시청률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다 SBS '추적자 THE CHASER'의 화제몰이가 심상치 않다는 게 '빅'에게는 악재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홍자매 작가의 전작 '최고의 사랑'도 동시간대 '시티헌터'와 맞붙어서 경쟁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남자주인공 차승원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드라마도 큰 인기를 모았다. '빅'도 남자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면 점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화앤담픽처스
국민로코 '신품', X세대와 통했다

'신사의 품격'이 무섭게 치고 올라간 데는 최근 대중문화판을 강타한 '90년대 열풍'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90년대 열풍의 중심에 있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연령대와 '신사의 품격'의 꽃중년 4인방이 같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40대 남성 시청자들이 많이 시청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 드라마의 홍보 관계자는 "남자주인공들의 과거 에피소드를 그려낸 프롤로그와 40대 초반 남자들의 놀이 같은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남성 시청자들이 꽤 많다"며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법칙을 따라가고 있음에도 40대다운 사랑과 이별법을 그려내 차별화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4인방의 대학시절 첫 미팅 장면이 그려져 큰 화제가 됐다. 긴 생머리 소녀에 동시에 반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90년대 청춘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장동건, 김민종을 필두로 김수로와 이종혁의 4인 4색 로맨스는 이 드라마 최고의 강점이다. 이 관계자는 "짝사랑, 삼각관계 같은 것들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에 버무려져 각자 색다른 사랑법을 펼쳐내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가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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