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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차도남' 가고 '찌질남'이 온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06-20 12:27 | 최종수정 2012-06-21 15:37


사진캡처=KBS

한때 차가운 도시 남자를 의미하는 '차도남'이 멋있는 남자의 전형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다. 당연히 드라마 속 남자들도 '차도남'이 대부분이었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이 그랬고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 이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차가운 것만이 멋있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는 느낌이다.

KBS2 월화극 '빅' 속 공유는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조금 다르다. '훈남'이미지가 강했던 공유에게 처음 느껴지는 변화는 조금은 '찌질남'이 됐다는 것이다. 완벽한 의사 서윤재가 아니라 18세 고등학생 강경준의 영혼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빅'의 한 제작 관계자는 "공유가 길을 걸어가는 신이 있었는데 엉덩이에 낀 바지를 어린아이처럼 살짝 빼는 모습을 애드리브로 하더라. 그 연기를 보고 스태프들이 모두 대폭소를 한 경험이 있다. 공유의 18세 연기가 상상 이상이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tvN 월화극 '아이러브 이태리'에서는 양진우가 '찌질남'으로 변했다. 사실 양진우가 연기하는 최승재는 극중 그룹 내 최고의 브레인이자 이태리(박예진)의 첫 사랑인 '차도남'이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다소 굴욕적이고 찌질한 모습을 비치며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최근 최승재는 이태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키위를 직접 입에 넣으며 장렬히 몸을 바쳤다. 또 이태리를 사이에 두고 황민수(김기범)와 수영대결에서 쓰디쓴 패배를 맞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거기에 최승재를 향한 일편 단심을 보였던 하순심(주비)까지 점차 황민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어 최승재의 망가짐은 점차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극 초반 수려한 외모에 스마트한 이미지로 냉철한 차도남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 상반된 모습이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양진우에게 시청자들은 '찌질파탈'이라는 신조어까지 붙여주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는 천재용 역의 이희준이 귀여운 '찌질남'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초반 방이숙(조윤희)를 무시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천재용은 최근 방이숙을 짝사랑하며 선물받은 곰인형에게 화풀이를 하고 늘 혼잣말을 하는 등 '찌질남' 캐릭터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도 천재용은 방이숙을 위해 억지로 사내 생일파티를 열어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사진캡처=tvN
최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찌질남'들은, 그렇다고 무턱대고 '찌질'하진 않다. 평소에는 멋있는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성들에게 '엄마' 미소를 짓게 하고 있다. 29세의 직장인 여성 최인선 씨는 "요즘엔 너무 딱딱해 보이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흘릴 것 같은 남자보다는 조금은 허술한 구석이 있는 남자가 여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남자들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고 평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 속에서도 차갑고 까칠한 남자들이 득세하던 시기가 지나 서서히 따뜻한 매력의 남자들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최근 나오는 드라마 시놉들 중에도 이런 남성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른 바 '찌질남'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사진캡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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