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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상장하면 대박 대신 쪽박을 찰 수도….'
이런 가운데 '상장=대박'이라는 장밋빛 미래와 함께 지금 이대로 상장하면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왜일까. 바로 SM, YG, JYP에는 있고 나머지 2군 기획사에는 없는 '그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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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YG, JYP는 연예인이 세운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찍이 '싱크 탱크'를 이끌고 있는 2인자를 키웠다는 점이다. SM에는 2005년부터 회사를 실직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김영민 대표가 있고, YG에는 2001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양민석 대표가 존재한다. 또 JYP에는 2003년 입사해 5년 만에 대표 자리를 꿰찬 정욱 대표가 있다.
이들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회사 경영과 재무, 인력관리 등을 총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공식직함이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은 프로듀서로 되어 있고, 김영민 양민석 정욱은 대표로 되어 있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 서로 명확히 나뉘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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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고집도 꺾는 '그들', 누구인가
SM 김영민 대표, YG 양민석 대표, JYP 정욱 대표의 공통점은 모두 회사 경영을 밑바닥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영민 대표는 일본 전문가로 통한다. 1999년 SM에 입사한 뒤 해외사업팀장을 맡아 보아의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아가 일본 최대 기획사인 에이벡스와 계약해 성공하고, 동방신기가 K-POP을 알리는데 시발점이 된 것은 김 대표의 일본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결과라 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인 YG 의 양민석 대표는 양현석의 친동생이다. 형제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르다. 한 지인은 "양민석은 양현석이 지누션을 제작할때 회사 경영을 맡아 함께 일을 하게 됐다. 형제라고 하지만 둘은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며 "양현석이 순간순간의 감이 뛰어나다면 양민석은 치밀하고 학구적이다. 또 양현석이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이끌어간다면 양민석은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끌어내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JYP 정욱 대표는 박진영이 삼고초려 끝에 스카우트한 인재다. 지난 2003년 한 IT 회사에 다니던 정욱의 능력을 전해들은 박진영이 2주간 매일 전화를 해 설득한 끝에 JYP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함께 일을 한지 두달만에 친구가 돼 여전히 말을 놓고 지낸다. 평소 직원들과 1대1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 정대표는 논리적이고 객관적 스타일로 알려졌다.
이들 2인자들은 기본적으로 1인자와 역할을 철저히 나눴다고 하지만 혹시 생길 수 있는 의견 충돌을 예방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김영민 대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100% 신뢰한다. 대신 이수만 프로듀서가 멀리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살펴 회사가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잡아준다.
양현석-민석 형제의 경우 대부분 형의 의견에 동생이 따른다. 하
하지만 양민석이 잇따라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양현석도 동생의 의견에 일정부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YG가 상장한 것도 양민석 대표의 강력한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박진영과 정욱 대표는 많은 대화를 통해 의견 충돌을 사전에 예방한다. 정욱 대표는 "하루에 1~2시간씩 통화를 할 정도로 많은 대화를 한다. 박진영이 재미있는 화두를 던지면 내가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탄생한게 드라마 '드림하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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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적한대로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가요계 2군 기획사들은 대부분이 매니저 출신이다.
티아라 다비치 등이 소속된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김광수 대표는 1985년 가수 인순이의 로드 매니저로 시작해 조성모의 '투헤븐' 뮤직비디오, 컴필레이션 앨범 '연가'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 기획자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의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홍승성 대표는 지난 1990년대 가수 이예린의 매니저로 업계에 첫발을 디딘 후 JYP에서 박지윤 원더걸스 등을 인기 가수로 만들어 내며 입지를 다졌다.
이 밖에도 스타제국(제국의 아이들, 쥬얼리)의 신주학 대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케이윌 씨스타 보이프렌드)의 김시대 대표, 플레디스(애프터스쿨 손담비)의 한성수 대표, 오스카이엔티(바비킴 부가킹즈 길학미)의 전홍준 대표 등이 정통 매니저 출신 수장들이다.
이들 기획사들의 특징은 대표가 콘텐츠 제작부터 경영, 재무, 인력 등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1인 기업 형태라는 점. 그러다보니 대표가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 의견을 듣고 참고를 한다거나 잘못된 판단에 대해 방향 선회를 조언할 실력자가 조직 내부에 없는 편이다.
그런 만큼 2군 기획사들이 코스닥에 입성한 이후가 더 불안하다는 견해가 많다. 더욱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90% 이상이 콘텐츠의 성패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던 대표들이 상장 이후에는 오히려 경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상장사들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위기관리 시스템을 단기간에 구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며 "실제로 앞서 우회 상장했던 DSP미디어, 굿엔터테인먼트, 지엠기획 등이 상장폐지된 것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얻어진 결과다. 이를 반면교사해야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