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퓨전사극 열풍에 정공법으로 맞선다…'무신'의 승부수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5:43


MBC 대장경천년 특별기획드라마 '무신'의 제작발표회가 30일 경남합천군 대장경천년관에서 열렸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퓨전사극 열풍 속에 정통사극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을 수 있을까?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무신'이 30일 제작보고회를 갖고 50회 대장정의 서막을 올렸다. '무신'은 강력한 무신 정권이 존재하던 시기의 고려를 배경으로 60여년간 황제를 대신해 나라를 통치하던 막부를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예 출신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인들의 치열한 권력투쟁, 운명을 거스른 주인공의 영광과 몰락, 60년에 걸친 대몽항쟁 등을 통해 고려시대 민족혼을 새롭게 되살려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포부다.

MBC 김재철 사장까지 나서서 '무신'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자신했지만,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퓨전사극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선 굵은 정통사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성균관 스캔들'부터 지난 해 '무사 백동수'와 '공주의 남자' '뿌리 깊은 나무' 등 퓨전사극들이 바통을 이어받듯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흐름을 타고 인기의 정점에 오른 것이 바로 '해를 품은 달'이다. 이들 모두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에 대한 재현보다는 현대적 감각에 맞는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으로 재미를 극대화했다. 그 가운데 지난 해 MBC가 100억을 투입한 정통사극 '계백'은 '헛돈 들였다'는 비판만 받고 쓸쓸히 퇴장하는 아픔을 겪었고, KBS1 대하사극 '광개토태왕'도 시청률은 무난하지만 화제성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전례를 재현하는 걸 피하기 위해 '무신'은 오히려 '정통'과 '팩트'로 돌아가 승부수를 내걸었다.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을 집필했던 이환경 작가는 '무신'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무려 10년이란 시간을 쏟았다. 이 작가는 "삼별초의 정신을 담아보고자 준비하던 중에 김준이란 실존인물을 발견하게 됐다. 노예 출신으로 권력 투쟁 속에 끝까지 살아남아 황제에 버금가는 정권을 손에 쥐는 인물"이라며 "드라마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픽션을 가미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통사 의존해서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을 구현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지난 해 10월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고려시대 배에서 '무신'의 김준에게 바치는 유물들이 발견되는 등 드라마 외적으로 운도 따르고 있다.

주인공 김준뿐만 아니라, 고려 최고 권력자였던 최충헌, 최우를 비롯해 최우의 최측근인 최양백까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조연 캐릭터 모두 실존인물이다. 이 작가는 기존 퓨전사극과의 차별화 방법에 대해 "각자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목교와 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 작품에선 '민족혼이란 무엇인가'라는 뚜렷한 명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힘으로 그려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MBC는 '계백'보다 더 많은 25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자했다. 자체제작이라 실패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지만, 김진민 PD는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시대를 화면으로 복원하는 게 연출자의 의무"라며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무신'은 화려한 무술 액션과 거대한 세트를 위해 4개월간의 사전제작을 가졌고, 드라마 최초로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 PD가 "퓨전사극이 유행하는 시대에 정통사극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한 김주혁을 비롯해, 6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규리, '자이언트' 이후 빗발치는 캐스팅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무신'만을 기다린 박상민 등 출연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무신'은 주말 오후 8시 40분 시작이라는 파격 편성의 혜택을 입었다. 2010년 11월 단행된 MBC 가을 개편 이후로 이 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는 현대극밖에 없었고, 주말 저녁에 사극이 편성된 것도 '김수로'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KBS1 대하사극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 경쟁작과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평일에 편성돼 쓴맛을 봤던 '계백'의 그림자까지 지워내는 전략인 셈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의 스케일이나 주제 면에서, 피곤이 쌓여 있는 평일 저녁보다는 주말 저녁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이 편안히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편성 이유를 밝혔다.

역사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 장중한 스케일, 거기에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무신'이 퓨전사극의 거센 흐름을 거슬러 물길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번 쓴맛을 보게 될지, 11일에 첫 시험대가 펼쳐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무신' 캐릭터 스틸. 사진제공=MBC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