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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사극 열풍 속에 정통사극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을 수 있을까?
이런 전례를 재현하는 걸 피하기 위해 '무신'은 오히려 '정통'과 '팩트'로 돌아가 승부수를 내걸었다.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을 집필했던 이환경 작가는 '무신'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무려 10년이란 시간을 쏟았다. 이 작가는 "삼별초의 정신을 담아보고자 준비하던 중에 김준이란 실존인물을 발견하게 됐다. 노예 출신으로 권력 투쟁 속에 끝까지 살아남아 황제에 버금가는 정권을 손에 쥐는 인물"이라며 "드라마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픽션을 가미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통사 의존해서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을 구현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지난 해 10월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고려시대 배에서 '무신'의 김준에게 바치는 유물들이 발견되는 등 드라마 외적으로 운도 따르고 있다.
주인공 김준뿐만 아니라, 고려 최고 권력자였던 최충헌, 최우를 비롯해 최우의 최측근인 최양백까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조연 캐릭터 모두 실존인물이다. 이 작가는 기존 퓨전사극과의 차별화 방법에 대해 "각자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목교와 주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 작품에선 '민족혼이란 무엇인가'라는 뚜렷한 명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힘으로 그려내겠다"고 강조했다.
'무신'은 주말 오후 8시 40분 시작이라는 파격 편성의 혜택을 입었다. 2010년 11월 단행된 MBC 가을 개편 이후로 이 시간대에 방송된 드라마는 현대극밖에 없었고, 주말 저녁에 사극이 편성된 것도 '김수로'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KBS1 대하사극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 경쟁작과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평일에 편성돼 쓴맛을 봤던 '계백'의 그림자까지 지워내는 전략인 셈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의 스케일이나 주제 면에서, 피곤이 쌓여 있는 평일 저녁보다는 주말 저녁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이 편안히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편성 이유를 밝혔다.
역사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 장중한 스케일, 거기에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무신'이 퓨전사극의 거센 흐름을 거슬러 물길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번 쓴맛을 보게 될지, 11일에 첫 시험대가 펼쳐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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