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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수목극 대전이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일 지상파 방송 3사는 새해를 맞아 '신상' 수목극을 일제히 시작했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직 어떤 드라마가 '대세'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때문에 첫 반응이 나온 후 어떤 방향을 잡느냐도 드라마의 성패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 이에 스포츠조선의 각 방송사 출입기자들이 수목극 3편을 보고 '이 점만은 고쳐야 산다'는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KBS2 '난폭한 로맨스'는 이동욱과 이시영의 '투맨쇼'로 첫회를 수놓았다. '난폭한' 커플이라는 설정 속에 서로 물고뜯는 '난투극'이 이어졌다. 이동욱과 이시영은 각자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첫 회에서는 야구선수 박무열(이동욱)과 신입 경호원 유은재(이시영)의 악연을 시작으로 숨 쉴 틈 없이 빠른 전개와 유쾌한 터치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경쟁 드라마들이 다소 진지한 반면 코믹함으로 차별화를 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 같았다. 대다수 시청자들이 호평을 보냈지만 일부에서는 '대놓고 웃으라고 강요하는 식의 코믹 설정'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돌발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과한 설정과 감정의 과잉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무열과 은재가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뜻하지 않게 사고를 겪는 초반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이후 전개된 스토리는 개연성이 부족했다. 서로를 약올리고 티격태격하는 부분이 반복되면서 뒤로 갈수록 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 것. 제작진은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깔고 있다며 회심의 카드를 숨기고 있지만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될 경우 캐릭터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벌써부터 이시영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그와 같은 우려에 다름 아니다.
'부탁해요 캡틴' 만삭 임산부가 비행기에 탄다고?
김윤성이 한규필에게 '파일럿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7년 후, 다시 윙스에어의 기장으로 나타난 것은 이후 어떤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하더라도 양미혜가 만삭인 몸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임신 36주 이상이면 비행기 탑승이 거부된다. 된다하더라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반드시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항공드라마라고 자부하면서 이같이 기본적인 룰도 무시하는 이야기 전개가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것. 게다가 한규필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도 석연치 않다. 한규필은 문자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갓길에 차를 주차시켰지만 차는 어느새 교차로에 '떡'하니 서있고 여지없이 대형 화물트럭과 부딪힌다. 또 위기상황을 맞은 관제탑에서 때마침 커피를 쏟아 라디오기기가 고장난다는 설정도 어색함을 감출 수 없다. 이 같이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은 '부탁해요 캡틴'이 웰메이드 항공드라마로 인정받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짜임새있는 전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를 품은 달' 명품사극 계보 이을까?
MBC '해를 품은 달'이 새해 벽두 수목극 전쟁에서 먼저 웃었다. '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이 어느새 옛일이 돼버릴 정도로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날아든 희소식이다.
4일 첫방송에서는 운명적으로 얽힌 주인공들의 만남과 왕권을 둘러싼 암투를 긴박하게 그렸다. 권세를 누리려는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와 외척 윤대형(김응수)의 음모를 초입에 배치해 묵직한 사극의 맛을 느끼게 했고, 세자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의 풋풋한 첫 만남은 가벼운 '판타지'를 가미해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더했다. 이후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로 얽히면서 극이 전개돼 갈 것임을 엿보게 했다. 시청자들은 "또 한편의 명품 사극의 탄생을 기대하겠다"며 일단은 합격점을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은 근래 인기를 모았던 사극들의 후광임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주의 남자'의 인기를 '뿌리깊은 나무'가 이었듯, '뿌리깊은 나무'가 물러간 자리를 '해를 품은 달'이 차지한 것이다. 근래 좋은 평가를 받았던 명품 사극들에 대한 만족감이 신작 사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난 셈이다. 더구나 원작소설이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소설을 쓴 정은궐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매력 요인이 됐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해를 품은 달'이 한껏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전작 사극들 이상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 초입이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궁중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극의 내용은 상당히 무겁다. 궁중 암투도 있는 데다, 앞으로 남녀주인공들도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려 각각 왕과 무녀라는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인물들의 어깨에 짐을 잔뜩 올려놓은 탓에 극의 전개에 숨쉴 틈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김영애와 김응수, 전미선 등 조연배우들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이 워낙 돋보여 사극 경험이 별로 없는 남녀주인공들이 자칫 묻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된다.
'해를 품은 달'이 명품사극의 계보를 잇기 위해선 아직은 보여줘야 할 것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어 보인다.
고재완 기자 김명은 기자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