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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엔 세 가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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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통 뒤엔 청룡만의 '독특한' 심사과정이 있다. 영화계를 비롯, 문화계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9인의 심사위원들은 시상식에 앞서 열흘간 후보작 상영제에 참여한다.
이때 심사위원들은 이미 본 영화더라도 다시 한번 해당 노미네이트를 꼼꼼히 분석해가며 관람을 하게 된다. "청룡은 심사위원을 너무 철저히 관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영제 기간 내내 심사위원들은 엄격히 출석 관리를 당한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상은 운영 등의 문제로 심사위원들이 지난 1년간 본 영화들을 떠올리며 심사를 하도록 한다. 이 경우 해당 배우의 인기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청룡은 후보작 상영제라는 심사제도로 인해, 스타 가산점이 작용할 여지를 최소화했다.
따라서 객관적인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오히려 스타를 만들어내며 '청룡의 초이스'를 빛나게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장진영이 신인 시절 이영애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소름'으로 일약 트로피를 거머쥔 일은 청룡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톱스타 A, 심사 청탁했다가 오히려 낭패…
또다른 청룡영화상의 특징은 시상식 당일 심사가 이뤄지며, 심사 위원별로 누구를 선택했는지 그 결과가 정확히 공개된다는 것.
서울 시내 모처에서 극비리에 심사를 하는 심사위원들은 오후 2~3시부터 시상식 직전까지 '감금 아닌 감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심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개인 휴대폰은 주최 측이 거둬간다. 시상식 직전까지 외부와 완벽히 단절되는 것. 6년 전 한 심사위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관행은 이제 심사위원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심사위원 명단은 시상식 당일 팸플릿에 통해 공식 발표되지만, 워낙 영화계에서 존경받는 이들로 심사위원단이 구성되기에 선후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소문이 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의 절친 인맥 또한 화려하고 다채롭다. 그렇다면 후보들 중엔 은근슬쩍 전화를 넣어 뜻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몇년전 유독 스크린에서는 재미를 못봤던 톱스타 A가 문화계 거물을 동원해 '작업'을 했다가 망신만 샀다. 거물에게 전화를 받은 심사위원들이 심사 당일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오히려 표심이 돌아섰던 것.
영화계 파워 인맥을 자랑하는 김동호 심사위원장은 "청룡영화상 심사를 오랜 기간 해왔는데, 주위에서 전화 한 통 안온다. 청룡영화상엔 청탁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심사가 이렇게 투명하게 진행되다보니, 난다긴다하는 톱스타들에게도 청룡영화상 트로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주요 영화상에서 신인상 트로피를 휩쓸다시피한 이민정은 "청룡영화상이 거의 한해의 마지막 행사였다. 앞선 영화상에서 여러번 수상을 했지만 청룡 시상식은 그렇게 떨릴 수가 없더라"며 "소속사 대표님이나 선배들도 '청룡은 특별하다. 심사결과를 사전에 아는건 불가능하다. 그냥 마음 비우고 즐기는 자세로 참가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맞더라"며 활짝 웃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